러 갑부 아브라모비치 행복한 고민…“90억달러로 뭘하지”

  • 입력 2005년 10월 4일 03시 05분


코멘트
“90억 달러(약 9조3900억 원)로 뭘 하지?”

지난주 러시아 사상 최대의 인수합병으로 거금을 손에 넣은 로만 아브라모비치(38·사진) 씨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산업 국유화 조치에 순응해 러시아 4위의 민간 석유회사 시브네프티의 지분 76%를 130억 달러(약 13조5640억 원)를 받고 국영가스공사(가스프롬)에 넘겼다. 세금을 빼고도 챙긴 현금만 90억 달러를 넘는다.

아브라모비치 씨는 그동안 석유와 알루미늄 등의 사업을 대부분 정리해 개인 자산이 275억 달러에 이른다. 러시아 언론은 그가 이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 점치느라 바쁘다.

그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독점재벌(올리가키)에 대한 크렘린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굳이 힘들게 다시 사업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크렘린은 그에게 연말에 임기가 끝나는 시베리아 추코트카 주지사를 한 번 더 하라고 권하고 있다. 아브라모비치 씨는 2000년부터 주지사를 맡으면서 이 지역 발전을 위해 12억 달러를 썼다. 크렘린은 주지사 자리를 주면서 그에게 ‘조국을 위해’ 돈을 쓰라는 은근한 압력을 넣고 있는 것.

러시아 정부는 1년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내는 아브라모비치 씨가 혹시 전 재산을 러시아 밖으로 갖고 나가지 않을까 신경을 쓰고 있다. 사실 그로서는 이 돈을 영국의 은행에 넣어놓고 여생을 즐기는 것이 가장 편한 선택이다.

축구광으로 유명한 그가 2003년 인수한 영국의 명문 구단 첼시 운영에 전념하거나 또 다른 명문 구단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또 명예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재단이나 연구기관 박물관 대학을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