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카트리나 1069명’과 ‘리타 1명’의 차이

  • 입력 2005년 9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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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9명 대 1명.”

‘1069명’은 24일 기준으로 공식 집계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에 사망한 사람의 수이다. 반면 미국 텍사스 주와 루이지애나 주 접경 지역에 상륙한 리타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는 지금까지 1명에 불과하다.

24일 밤 미시시피에서 강풍으로 1명이 사망하기 전까지는 그 수가 ‘0명’이었다. 물론 리타 상륙을 앞두고 23일 대피하다가 버스 화재로 24명이 숨진 사건이 있었지만 이는 리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긴 힘들다.

그렇다면 무엇이 ‘1069명’과 ‘1명’이라는 차이를 만들었을까. 물론 리타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인구 밀집지역인 휴스턴을 비껴갔고, 카트리나는 뉴올리언스라는 큰 도시를 덮쳤다.

그러나 상륙 직후 위력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상륙 당시 리타는 3등급이었다. 당시 최대풍속은 시속 193km였고 상륙 이후에도 곳곳에 폭우를 뿌렸다. 상륙 당시 거대한 폭풍해일이 일기도 했다. 이런데도 인명 피해가 24일 기준으로 1명에 불과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카트리나와 리타 모두 인간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자연재해였지만 이처럼 결과가 판이한 것은 대처한 자세와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카트리나가 닥쳤을 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연방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태연하게 휴가를 즐기는 등 대비가 부족했고 지방정부와 연방정부가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한심한 모습도 연출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 후에 달라졌다. 카트리나 이후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했고, 리타를 앞두고는 정부와 국민이 한 몸이 돼 대비에 나섰다. 지휘 계통을 일원화하기 위해 리타 상륙을 앞두고는 ‘연방정부 총책임자(Principal Federal Officer)’라는 직책을 신설해 경험이 있는 인사를 임명하기까지 했다.

국민도 적극 협조했다. 휴스턴에서 나가는 간선도로 곳곳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리타를 피해 이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잠자리와 쉬어 갈 자리를 마련해 줬다.

인간은 때로는 자연재해 앞에서 무력하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대비하면 이처럼 엄청난 자연재해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미국인들은 보여 주고 있다.<휴스턴에서>

공종식 뉴욕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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