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타이태닉’ 美노조를 보며

  • 입력 2005년 7월 2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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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1300만 명으로 미국 최대 노조연합체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은 지금 시카고에서 연차총회를 갖고 있다. 올해가 미국노동자연맹(AFL)과 산업노동자회의(CIO)의 통합 5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 연맹 집행부는 이번 연차총회를 ‘축제’로 치를 생각이었다.

그러나 축제는 ‘분열의 장’으로 바뀌었다. 서비스노조국제연맹 등이 집행부에 반발해 탈퇴를 공식선언했기 때문이다.

한때 미국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AFL-CIO는 분열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이미 노조가입률 하락을 비롯한 각종 악재에 시달려 왔다. 50년 전 35%였던 노조가입률은 지금 12.5%로 급감했다. 공공부문을 제외한 기업노조 가입률은 7.9%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친(親)노조 성향이 강한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무패 전력’을 자랑하던 독일 금속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가 4주 만에 굴복한 것이 몇 년 전 일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세계화에서 찾는다. 언제든 공장을 외국으로 옮길 수 있고, 전 세계 근로자들이 동시에 경쟁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노조의 목소리는 예전 같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데 익숙해져 가는 노조지도자의 행태가 노조를 약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는 AFL-CIO의 갈등도 기존 집행부와 도전세력 간의 권력투쟁 성격이 강하다는 게 현지 언론의 전언이다.

여기에 노조운동 지도자들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노조약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AFL-CIO는 시장의 힘보다는 보호무역주의, 세금인상 같은 정부의 힘을 빌려 노조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세계화 시대에 변화를 거부하는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1800년대 가내수공업에 종사하던 숙련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까지 벌이며 변화에 저항했으나 결국 산업혁명이라는 도도한 물결을 막지 못했다.

세계화 시대에 산업혁명 시절의 유습을 안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미국 노조의 대명사 AFL-CIO. 그러면 한국의 노동운동은 지금 어디에 와 있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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