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축제는 ‘분열의 장’으로 바뀌었다. 서비스노조국제연맹 등이 집행부에 반발해 탈퇴를 공식선언했기 때문이다.
한때 미국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AFL-CIO는 분열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이미 노조가입률 하락을 비롯한 각종 악재에 시달려 왔다. 50년 전 35%였던 노조가입률은 지금 12.5%로 급감했다. 공공부문을 제외한 기업노조 가입률은 7.9%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친(親)노조 성향이 강한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무패 전력’을 자랑하던 독일 금속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가 4주 만에 굴복한 것이 몇 년 전 일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세계화에서 찾는다. 언제든 공장을 외국으로 옮길 수 있고, 전 세계 근로자들이 동시에 경쟁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노조의 목소리는 예전 같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데 익숙해져 가는 노조지도자의 행태가 노조를 약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는 AFL-CIO의 갈등도 기존 집행부와 도전세력 간의 권력투쟁 성격이 강하다는 게 현지 언론의 전언이다.
여기에 노조운동 지도자들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노조약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AFL-CIO는 시장의 힘보다는 보호무역주의, 세금인상 같은 정부의 힘을 빌려 노조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세계화 시대에 변화를 거부하는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1800년대 가내수공업에 종사하던 숙련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까지 벌이며 변화에 저항했으나 결국 산업혁명이라는 도도한 물결을 막지 못했다.
세계화 시대에 산업혁명 시절의 유습을 안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미국 노조의 대명사 AFL-CIO. 그러면 한국의 노동운동은 지금 어디에 와 있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