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아파 득세…수니파王國 요르단-사우디 긴장

  • 입력 2005년 2월 14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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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총선에서 친(親)이란계 시아파가 득세하면서 주변 수니파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에 이어 강력한 시아파 국가가 등장한 데다 민주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란은 이웃에 ‘형제 국가’가 탄생해 최대 수혜자가 됐다.

▽수니파 국가들 “못마땅한 결과”=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14일 “수니파가 지배하는 중동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시아파를 ‘정도에서 벗어난’ 종파로 규정했다”며 이라크 총선 결과를 껄끄럽게 여기는 주변국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최근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이 ‘시아파 초승달’이라는 표현을 쓰며 수니파 국가들에 시아파 확대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란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동쪽 일부와 쿠웨이트 일부까지 이어지는 시아파의 연계를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집트 알 아람 정치전략연구소는 “시아파 이라크동맹연합(UIA)이 안정적으로 정국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쿠르드 연맹이나 이야드 알라위 총리의 ‘세속 시아파’와의 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특정 종파에 의한 지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고민 많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폐쇄적인 왕정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방선거까지 겹쳐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됐다.

사우디 왕가의 친미 성향에 반발하는 이슬람근본주의 세력이 건재한 데다 이라크 선거로 힘을 얻은 소수 시아파까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움직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10일 치러진 리야드 지방선거에서는 이슬람 성직자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들이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4월까지 3단계로 나눠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178명의 의원 중 89명을 직선으로 뽑고 나머지는 임명제로 의석을 나눈다.

▽이란, 득의의 미소=이란은 내심 만족스러운 분위기다. 이라크 총리로 유력한 압둘 아지즈 알 하킴 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 의장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 집권 시절 이란으로 망명했던 친이란파 인사이고, 시아파 정당 연합체인 UIA를 후원한 이라크의 정신적 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 역시 이란 태생으로 한때 이란에 망명한 적이 있기 때문.

이라크의 정치체제가 이란을 닮을 것이라는 일부 예측도 나온다.

선거 직전 아랍에미리트의 정치 분석가 무스타파 알라니는 시아파의 승리를 예견하며 “미국이 호메이니의 꿈을 공짜로 이뤄줬다”고 평가했다. 이란이 8년간의 전쟁에서도 얻어내지 못한 ‘친이란 시아파 정권’이 선거를 통해 탄생했다는 것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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