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오쯔양 추모 수백명 체포

  • 입력 2005년 1월 20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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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사망한 지 나흘째가 되도록 장례 일정이 결정되지 못한 것은 유족이 그에 대한 재평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일부 시민은 자오 전 총서기에 대한 추모 집회를 가지려다 당국에 체포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족의 재평가 요구=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이날 “유족은 공산당 중앙판공청과의 협의에서 추도식 조사(弔詞)에 자오 전 총서기의 공(功)과 과(過)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내용을 넣어 달라고 요구해 당국이 난감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자오 전 총서기가 이번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화장되면 앞으로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유족이 강경한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유족은 그 대신 장례 형식에는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톈안먼(天安門) 사태에 대한 정부 방침이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장례가 상당히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자오 전 총서기의 장례 날짜와 참석 범위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추도식 장소는 베이징 근교 당 지도부 묘역인 바바오(八寶)산 혁명 공묘에서 거행하기로 결정됐다고 홍콩 언론들이 유족의 말을 빌려 이날 보도했다.

쿵취안(孔泉)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장례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채 “자오 전 총서기는 오랜 공산당원으로서 그의 장례는 당원의 예우에 맞게 국법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추모 움직임=상하이(上海) 시 공안이 자오 전 총서기를 추모하는 수백 명을 17일 체포해 구타했다고 미국 뉴욕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인차이나(HRIC)’가 19일 주장했다.

HRIC는 중국어 성명에서 700∼800명의 군중이 17일 탄원서를 내기 위해 상하이 시 인민대표대회가 열리고 있는 상하이전람센터 앞에 모였으나 공안 당국이 1000여 명을 투입해 이들을 체포하고 구타했다고 밝혔다.

한편 홍콩 애국민주운동연합회가 홍콩 빅토리아공원에 마련한 임시 분향소에는 홍콩 시민 수백 명이 찾아와 조화를 바치며 조문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본보 기자가 본 자택빈소▼

‘우리는 영원히 당신을 그리워할 것입니다(我們永遠懷念/).’

‘개혁개방의 아버지의 빛은 사방에 두루 비칠 것입니다(改革開放之先父光輝普照).’

베이징 왕푸징(王府井) 부근 푸창(富强) 골목 6호에 있는 자오쯔양 전 공산당 총서기의 집안 담장과 건물 벽에는 조문객들이 남긴 글들이 수십 장 나붙어 있었다. 유족이 대문 오른쪽 행랑채에 종이와 붓을 준비해 추모사를 남기도록 했기 때문이다.

빈소는 집 가운데 위치한 10평 남짓의 독립 건물인 자오 전 총서기 서재에 마련됐다. 푸른색 인민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의 대형 영정이 걸려 있었고, 서재 안팎으로 조화 수백 개가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조문객 대부분이 고개를 숙여 조용히 묵념한 뒤 서재 밖에 마련된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으나 60대의 한 할머니는 영정 앞에 엎드려 통곡을 하기도 했다. 70대의 한 조문객은 검은 상복을 입은 유족의 손을 일일이 맞잡으며 “언젠가는 고인이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며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자신을 “자오 전 총서기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유족은 조문객들에게 서재의 녹색 가죽의자를 가리키면서 “아버지는 생전에 이곳에 앉아 책을 읽으며 소일했다”고 말했다.

자오 전 총서기의 빈소는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이날 일반인도 조문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됐으나 10여 명의 사복 경찰들이 대문 입구에서 일일이 신분증을 검사한 뒤 들여보냈다. 또 집안에도 사복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돼 조문객들의 행동을 감시했다. 특히 외국인들의 빈소 출입은 금지됐고 취재를 위해 자택을 찾았던 외신기자들은 푸창 골목 입구에서 사복 경찰들에 의해 쫓겨났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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