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號, 국가경쟁력 세계 35위에 머물수는 없다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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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력(國力)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국가경쟁력 지수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경우 ‘하향 내지 정체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투자매력 상실→다국적 기업의 투자 감소 및 국내 기업의 외국 진출→일자리 감소→소득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가경쟁력 하락 추세의 실상과 이에 따른 대책을 알아본다.》

▽하락하는 한국 국가경쟁력의 현주소=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104개국 중에서 29위로 2003년 18위보다 11단계나 떨어졌다.

WEF와 함께 세계적인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5월에 발표한 세계 주요 60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35위에 머물렀다.

이는 2003년의 37위에 비해 2단계 상승한 것이지만 중국(24위), 태국(29위), 인도(34위)에 비해서도 뒤처진 성적이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 이상인 34개국 중에서는 28위로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산업정책연구원과 국제경쟁력연구원이 공동으로 발표하고 있는 국가경쟁력 조사에서도 한국은 68개국 중 2001년 22위, 2002년 24위, 2003년 25위로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가 경쟁력이 하락하는 이유=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평가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나지만 ‘추세’는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기술, 기업전략 등 민간 분야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정부 부문과 노동 부문의 경쟁력이 낮게 나타나 전체 국가경쟁력 점수를 깎아먹고 있는 것.

WEF 조사에서 한국의 기술경쟁력은 9위, 기업의 전략과 같은 기업 자체 경쟁력지수는 21위로 전체 순위(29위)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 등 기업경영환경지수는 28위, 공공 부문 경쟁력은 41위로 그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정부 경제정책의 경쟁력도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 IMD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정부 정책방향에 공감하는 정도가 지난해 54위로 2003년의 32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정부의 효율성도 36위로 싱가포르(1위), 대만(16위), 중국(21위) 등 아시아 주요 경쟁국보다 크게 뒤처졌다.

노동분야의 후진성은 더욱 심각하다. WEF 조사에서 노동시장의 효율성은 85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은 매년 “한국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좀 더 필요하다”며 경직된 노동시장 문제를 단골메뉴로 언급하고 있다.

▽기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IMD의 한국 측 파트너인 경쟁력평가원 정진호(鄭鎭鎬) 원장은 “한국은 노동시장과 교육 부문의 인프라가 만족스럽지 않게 나온다”며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경쟁력 평가를 위해 조사를 하다 보면 한국은 특히 기업인들의 평가가 좋지 않게 나온다”며 “기업인들은 기업 환경이 좋은 국가로 투자를 옮기려는 경향이 있는 만큼 정부는 ‘기업인들의 기대수준이 너무 높다’고 말하기보다는 이들의 기대수준에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李彦五) 전무는 기업에 대한 ‘속마음’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고 혁신을 주도한다’고 말을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정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 같은 ‘속마음’이 바뀌어야 기업인들도 신이 나고, 국가경쟁력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정책연구원과 국제경쟁력연구원은 2003년 12월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대한 ‘경고문’을 덧붙였다.

이들 기관은 “주력산업과 미래성장산업을 고(高)부가가치화하지 않고 저(低)원가전략으로 국가 및 산업전략을 추진한다면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과의 경쟁 속에서 25위인 국가경쟁력 순위가 43위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별화전략을 추진하고 시장구조를 철저한 경쟁지향적 체제로 변화시켜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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