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지진 계기로 본 해일의 과학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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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0년대 이후 발생한 대규모 해일

1755년=포르투갈 리스본 앞바다, 해저지진으로 16m 해일

1883년=인도네시아, 해저화산 크라카타오 분출로 40m 해일. 3600여 명 사망

1896년=일본, 해저지진으로 30m 해일. 2700여 명 사망

1946년=북태평양 알류샨 열도 해저지진(리히터 규모 7.4)으로 30m 해일. 159명 사망

1958년=알래스카 반도, 해저면에서 산사태 발생해 수십 m 해일 》

해일은 주로 지각을 구성하는 판의 경계 부위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판이 맞닿는 부위라고 해서 반드시 해일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번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서부해안에서 발생한 지진처럼 유라시아판이 호주·인도판 위로 미끄러져 올라갈 때(섭입대) 대규모 해일이 발생한다.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일본,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이 만나는 북태평양 알류샨 열도와 알래스카 반도, 나즈카판과 남아메리카판이 만나는 칠레 등이 대표 지역이다.

이들에 비해 판들이 수평으로 미끄러지거나 서로 멀어지는 부위에서는 해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판 수평으로 충돌하면 해일 없어=인도네시아에서 지진이 일어나기 3일 전에도 호주와 남극 사이의 해저에서 리히터 규모 8.1의 강진이 발생했다. 수마트라 해안의 지진(규모 9.0)에 버금가는 규모였지만 별다른 피해를 일으키지 않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전정수 박사는 “지진이 해수면으로부터 깊이 30km 이내의 지층에서 일어나고 두 판이 아래위로 움직임으로써 해수면을 출렁이게 해야 지진해일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두 지진은 모두 깊이 10km에서 발생했지만 판의 움직임이 달랐다. 공교롭게도 두 지진은 모두 호주·인도판이 관여했다.

전 박사는 “남극과 호주 사이의 해저 지진은 인도-호주판과 태평양판이 힘겨루기를 하다가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일어나 해수면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일 예측하는 첨단 기법, T파를 잡아라=현재 과학자들은 해일을 좀더 빨리 감지할 수 있는 기법 개발에 한창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설치하고 있는 해저지진관측계(AUH·Autonomous Underwater Hydrophone). 1950년대 옛소련의 잠수함 공격을 감지하기 위해 처음 설치했으며 1990년대 들어 본격적인 해저지진 탐지를 개시했다. 현재 수천 개의 AUH가 케이블로 연결돼 태평양 전역을 감시하고 있다.

AUH의 임무는 해저지진이 발생했을 때 음향파(T파)를 감지하는 일. 보통 육상에서 지진이 발생할 때 종파(P파)와 횡파(S파) 등 두가지 지진파가 생기는데 바다속에서는 물을 통해 전달되는 T파라는 제3의 파장도 관측된다.

한국해양연구원 박민규 박사는 “AUH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 해일이 영향을 미칠 만한 해역에 집중적으로 설치해 왔다”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 AUH가 보급되지 않아 이번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의 피해가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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