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 지진에 이은 제2의 재앙…전염병 위협

서남아시아 지역의 지진 및 해일 피해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현장에 전염병 위협이 엄습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국경 없는 의사회 등은 폐허 지역에 장티푸스, 말라리아, 콜레라와 같은 질병으로 인한 '제2의 재앙'이 우려된다고 27일 경고 했다.

▽지진 해일 피해 맞먹는 전염병 위협=피해 지역 곳곳에서는 이미 사망자 시체와 동물 사체들이 썩어가고 있다. 이는 곧 식수 오염으로 이어져 수일 내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다.

해일의 여파로 곳곳에 생긴 물웅덩이에서 모기와 다른 곤충들이 서식, 말라리아와 같은 열대질병들을 퍼뜨릴 가능성도 높다.

제네바 적십자사의 하칸 산드블라드 보건위원은 "최고의 위험은 말라리아, 설사, 호흡기를 통한 감염 등 더러운 물을 통해 전파되는 질병의 위험"이라고 말했다.

국제구호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도 상하수관의 파괴, 백신 프로그램의 붕괴, 질병을 옮기는 쥐나 모기 등이 방치되면서 위험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소규모 풍토병이 대대적인 유행성 질병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재민 대피소 캠프의 비좁은 공간에서 홍역 같은 질병이 호흡기를 통해 여러 사람에게 순식간에 퍼질 가능성도 높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2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과 해일은 해안의 인구밀집지역들을 강타한 최악의 자연 재해"라며 "당장 보건체계를 정비해 가동치 않으면, 수 일내에 전염병이 나돌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난 다습한 피해국들의 평소 공중 위생상태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량한 편이었고 도로와 통신 같은 기반 시설이 붕괴됐다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식량난도 피해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진의 진앙에 가까웠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경우 3~4일내 구호식품이 도착하지 않으면 대규모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대응책 마련 및 기타 위협=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유엔의 주요 구호기관 고위 관리들은 27일 전염병 발생과 피해지역 복구 등에 대해 협의했다. 제네바 적십자사는 스리랑카에 현지 수습 팀을 파견하는 한편 소독 및 응급조치 반을 현지 병원에 급파했다.

전염병 외에 해일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 지역에 매설된 지뢰가 떠내려가면서 '지뢰 위협' 현지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27일 스리랑카가 이번 지진과 해일로 인해 1972년부터 시작된 정부와 반군 간 내전 당시 매설된 지뢰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경고했다.

UNICEF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뢰들이 물에 떠다니고 있어 지뢰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도 알 수 없고 지뢰 매설 지역에 세워둔 경고 표지들도 모두 휩쓸려가거나 파손됐다"며 "생존자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최대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