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지구촌 2004 상반기]칸 박사 外

  • 입력 2004년 12월 21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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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 카디르 칸 박사
압둘 카디르 칸 박사
《2004년, 올 한 해도 지구촌 곳곳은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 전쟁과 테러가 계속됐으며 국익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다툼도 끊이지 않았다. 한편에서는 인간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도전과 인간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낯익은 주인공도 있으나 새롭게 떠오른 역사의 주역들도 있었다. 월별로 전 세계를 달군 인물 12인을 선정해 2회로 나눠 정리한다.》

▼1월, 칸 박사▼

압둘 카디르 칸 박사=1월 대량살상무기의 국제적 암거래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등장하면서 핵 기술 불법 확산 배후에 파키스탄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 중심인물은 파키스탄에서 ‘핵 개발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칸 박사.

그는 유럽 ‘우라늄농축합동연구소(URENCO)’에서 일하다 1976년 귀국한 뒤 우라늄 농축기술을 국산화해 98년 파키스탄을 핵무기 보유국 대열에 올려놓았다. 그의 핵 암거래 고객은 리비아 이란 북한이었다. 그러나 칸 박사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사면을 받았다. 파키스탄 정부도 핵 기술 유출에 관여한 것이 분명하다고 의심받았으나 국제사회의 제재는 받지 않았다.

칸 박사 사건은 파키스탄이 알 카에다와 탈레반 소탕작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미국이 압박용으로 폭로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2월, 고이즈미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2월 3일 일본 육상자위대 본대 1진이 이라크로 떠났다. 유엔 결의 없이 지상군 본대를 해외 파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2월은 자위대가 출범한 지 50주년이 되는 때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위대는 실질적으로 군대”라며 ‘세계 5대 강군’이라는 자위대의 위상을 대외에 과시했다.

일본은 매년 5조 엔(약 50조 원) 이상을 군비 확충에 쏟아 붓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 F-15 전투기 203대를 보유한 항공자위대와 해상자위대의 전함부대 및 해상초계 항공부대의 전력도 세계 2위로 평가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4월 이라크 무장세력의 일본 민간인 3명 납치, 10월 일본 민간인 참수사건에도 불구하고 자위대 파병 의지를 꺾지 않았다.

▼3월, 천수이볜 총통▼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3월 19일 오후 1시 45분경 대만 남부 타이난(臺南) 시가지에서 차량 유세를 벌이던 천 총통이 괴한이 쏜 총에 피격됐다. 하루 뒤 치러진 선거에서 천 총통은 예상을 뒤집고 재선에 성공했다. 야당 연합의 롄잔(連戰) 후보와는 불과 2만9518표 차. 이 때문에 총격사건 자작설이 끊이지 않았다.

5월 20일 천 총통은 야당 지지자들의 항의집회로 어수선한 가운데 취임식을 가졌다. 그는 취임사에서 대만 독립 추진 의사를 명백히 했고 이는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는 중국의 강경한 맞대응을 불렀다.

중국 정부는 이후 대만 인근 해역에서 무력시위를 거듭하고 반(反) 분열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양안의 긴장이 고조됐다. 대만에서도 반 병탄법 추진 주장이 나오는 등 서로 물러서지 않는 대치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4월, 알 자르카위▼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4월 5일 미군이 이라크 ‘수니 삼각지대’의 저항세력 거점인 팔루자 진압작전을 시작했다. 미군의 강경 작전에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고 팔루자는 순식간에 ‘유령의 마을’로 변했다.

미군의 작전은 3월 31일 팔루자에서 벌어진 미 민간인 4명의 살해 및 엽기적 시신 훼손이 발단이었다. 그러나 제2의 오사마 빈 라덴으로 떠오른 자르카위를 제거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었다.

자르카위는 5월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 씨에 이어 6월 한국인 김선일 씨를 납치해 참수한 조직을 배후조종하며 ‘잔혹한 킬러’의 악명을 떨쳤다. 미국은 그에게 빈 라덴과 같은 2500만 달러(약 265억 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자르카위 세력을 소탕하기 위한 11월 2차 팔루자 공세는 ‘테러의 판도라 상자’를 연 셈이 됐다.

▼5월, 잉글랜드 이병▼

린디 잉글랜드 이병=5월 전 세계가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 사진으로 발칵 뒤집혔다. 저항능력이 없는 이라크 포로들에게 미군들이 갖가지 학대를 자행하는 모습이 공개됐기 때문.

21세의 앳된 여군 잉글랜드 이병이 강압에 의해 자위행위를 하는 이라크 포로의 ‘남성’을 손으로 가리키며 웃는 모습은 ‘악마의 미소’로 비쳤다. 차곡차곡 포개진 발가벗은 포로들을 배경 삼아 약혼자인 찰스 그레이너 상병과 함께 웃는 사진도 있었다. 개 목줄을 잡듯 한 포로의 목에 끈을 묶어 쥐고 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그녀는 포로 학대 당시 약혼자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던졌다.

그녀는 군법회의에 기소됐다. 그러나 변호사를 통해 “상부의 명령에 따라 그런(포로 학대) 행동을 했다”고 항변했다.

▼6월, 멜빌 우주비행사▼

마이크 멜빌 씨=6월 21일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발사된 ‘스페이스 십 원(Space Ship One)’이 지상 110.12km에 도달했다. 상업용 우주여행시대의 도래를 알린 신호탄이었다. 이 우주선은 돈과 기술 모두 순수하게 민간에서 조달했다.

우주선을 조종한 멜빌 씨는 최초의 민간 우주비행사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 언론은 그를 ‘대탐험의 시대’를 다시 연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비행경력 19년째로 6400여 시간의 비행기록을 갖고 있었지만 첫 민간 우주비행은 위험한 도전이었다. 지상 100km를 돌파했을 때 고도조절기인 부익(副翼)이 말을 듣지 않아 자칫 추락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스페이스 십 원은 원래 계획했던 궤도에서 35km 벗어났지만 무사히 비행을 끝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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