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사관 “EBS 티베트 다큐 방영말라”

  • 입력 2004년 9월 3일 0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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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중국대사관이 지난달 30일 시작돼 5일까지 계속되는 제1회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의 참가 작품 중 ‘금지된 축구단’이 “티베트 독립을 암시한다”며 방영 취소를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EBS에 따르면 주한 중국대사관이 2일 공보관 명의로 덴마크 아르놀 크로이고르 감독의 ‘금지된 축구단’ 방영 취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다는 것.

EBS는 그러나 “이미 방송한다는 공지가 나가 취소할 수 없다”며 2일 오후 6시반 예정대로 방영했다.

‘금지된 축구단’은 인도 다람살라 지역으로 망명한 티베트인들이 축구단을 결성해 국제축구연맹과 중국 정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2001년 덴마크에서 그린란드 팀과 경기를 치른다는 내용을 담았다.

페스티벌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중국의 왕샤오룽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를 미리 본 뒤 “티베트 망명정부의 깃발이 나오고 티베트를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중국 대사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왕샤오룽 감독은 ‘금지된 축구단’이 그대로 방영되자 “더 이상 페스티벌 참가가 무의미하다”며 심사위원을 사퇴했다.

김이기 EBS TV제작 1국장은 “중국측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변화하는 아시아를 다양한 시각으로 보자는 페스티벌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해 아쉽다”며 “나머지 4명의 심사위원으로 페스티벌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130여편이 출품됐고 EBS는 매일 17시간씩 출품작들을 방영하고 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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