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아이템은 신종 노다지? 브로커 끼고 中까지 진출

  • 입력 2004년 8월 5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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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조직폭력배에 의한 살인사건까지 유발했던 온라인게임 아이템 매매조직이 국내뿐 아니라 중국으로까지 건너가 활개를 치고 있다.

업자들이 아예 중국의 선양(瀋陽), 옌볜(延邊) 등지에 작업장을 차려 놓고 조직적으로 ‘리니지’ 등 유명 온라인게임의 아이템을 수집해 한국에 편법으로 내다팔고 있는 것.

국내에서도 방학을 맞은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위해 이들 작업장에 몰려 들고 있으나 마땅한 처벌규정도 없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작업장=중국 동북지역 최대 도시 중 하나인 랴오닝(遼寧)성 선양에서는 최근 ‘신종 직업(?)’이 중국인과 조선족 대학생, 한국 유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OO게임 작업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온라인게임에 사용되는 아이템을 수집하는 일. 국내 아이템 매매업자가 중국으로 건너가 작업장을 차려놓고 이들을 고용해 함께 ‘팀플(게임에서 같은 편으로 협력해 플레이를 하는 것)’을 펼쳐 아이템을 모은다.

이미 선양 등에는 100∼200명 규모의 대형 작업장을 비롯해 100여곳의 작업장이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유학생 이모씨(27)는 “하루 12시간 이상 컴퓨터에 매달리는 중노동이지만 다른 일에 비해 보수(월 80만원 정도)가 좋아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각 사업장에서 획득된 게임 아이템들은 브로커를 통해 국내 판매업자들에게 넘겨진다.

지난해 선양에서 반년 정도 작업장을 운영했던 남지만씨(가명)는 “중국이 인터넷 환경과 인터넷 활용능력이 좋아지고, 인건비도 국내보다 저렴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는 일부 조직폭력배까지 개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악순환의 고리=이처럼 중국에서의 무차별적 공세로 아이템 매매가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게임 아이템 매매 피해사례 접수가 2002년 154건에서 지난해 110건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67건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 또 국내에서도 한때 시들해졌던 아이템 매매가 방학을 맞은 고등학생 대학생들을 고용해 작업장을 꾸리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

소비자보호원 사이버소비자센터의 여춘엽 차장(40)은 “살인사건까지 유발했던 기업형 아이템 매매업자의 중국 진출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며 “개인간 이뤄지는 아이템 거래를 법적으로 제한할 근거가 없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게임 아이템이란?

게임 참가자가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예를 들어 대표적 게임인 '리니지'의 경우 칼이나 방패 갑옷 약물 등이 있다. 아이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며 강력한 힘을 주는 아이템은 수십만원에 매매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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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환기자 ray@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김수연(고려대 중문과 4년) 황은재씨(고려대 국문과 4년)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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