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救命실패 3대 악조건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45분


코멘트
‘일본 인질은 살았는데….’

4월 일본도 이라크에서 2번의 인질 사태를 겪었지만 모두 무사히 풀려났다. 똑같이 ‘파병 철회’를 요구하며 인질극이 벌어졌고 해당국은 ‘파병 강행’을 밝혔지만 한국과 일본인 인질의 운명은 완전히 갈렸다. 납치 세력의 성격이나 현 정세, 인질의 신분 등으로 볼 때 김선일씨는 일본의 경우보다 훨씬 나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4월 8일 일본인 3명을 억류했던 ‘사라야 알 무자헤딘’은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관련 없는 보통의 무장단체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 단체는 처음에 ‘자위대 3일 내 철수’를 요구했지만 석방 교섭과정에서 이를 강하게 고집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납치 목적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몸값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보도했다.

반면 김씨를 살해한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는 알 카에다 계열의 핵심 테러 조직. 우두머리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오사마 빈 라덴에 맞먹는 테러리스트로 알려졌다.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테러리스트이고, 김씨 살해 행위 자체를 정치적인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삼은 흔적이 짙다.

4월 일본인을 납치한 무장세력은 인질에게 칼을 들이대며 협박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내보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이 장면은 ‘연출’된 것으로, 인질을 살해하려는 정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집트 중견 언론인 아마드 샤즐리는 “(김씨의 경우에는 테러리스트들이) 정치적 명분 달성이 아닌 금전적 대가를 노렸더라면 처음부터 최후통첩 시한을 24시간으로 정하지 않고 길게 제시해 타협의 여지를 남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납치됐다 풀려난 일본인 고리야마 소이치로도 “범행단체와 피랍시기가 달랐더라면 (나도 김씨와) 똑같은 결말을 맞았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인질의 신분이 달랐다는 점도 엇갈린 결과의 한 이유다. 일본인 인질들은 인권단체 회원과 언론인이었지만 김씨는 미군에 납품하는 군납업체 직원이었다는 점에서 ‘미군 협력 세력’으로 분류될 여지가 있었다.

또 4월에는 이라크 전역에서 대규모 봉기가 일어나 미국의 입지가 다소 약화된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이라크 주권이양을 앞둔 시점이다. 테러리스트들로서는 곧 파병을 앞둔 국가들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김선일씨와 일본인 인질의 납치상황 비교

한국일본
납치세력국제 테러리스트 알 카에다의 핵심 조직으로 정치적 명분 중시국제 테러조직과 관련 없는 민병대 조직. 비교적 온건한 무장 종교 조직
인질의 신분미군 군납업체 직원반전 자원봉사자와 저널리스트
협상 시한24시간으로 촉박3일로 비교적 여유
요구사항에 대한정부 대응추가 파병 강행(한국), 자위대 철수 불가(일본) 방침 표명해 납치세력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밝힘. 이라크 내 제3자를 통해 중재 협상을 벌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