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보안장벽 쌓기…팔 자치구 안쪽까지 진입

  • 입력 2004년 6월 16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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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강 서안에 보안장벽을 건설 중인 이스라엘이 은근슬쩍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안쪽 깊숙이까지 장벽 설치를 추진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북쪽 약 32km 지점에 있는 아리엘 주변 3곳에 장벽을 설치하고 다른 6, 7개 지역에서도 ‘영토’를 늘릴 계획이어서 팔레스타인은 물론 미국 행정부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아리엘은 이스라엘의 보안장벽 설치 지역 가운데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가장 깊숙이 들어간 곳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는 곳.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매번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번에는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폴 페이틴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 대변인은 “보안장벽 설치구간이 요르단강 서안 깊숙이 들어가면 정치적 문제로 바뀐다는 점에서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안전을 이유로 보안장벽을 설치하는 것은 이해한다는 입장이지만, 설치 구간은 1967년 전쟁 이전의 이스라엘 국경지대를 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보좌관인 아사프 샤리브는 “보안장벽 설치 작업은 미국과 합의한 그대로”라며 반박했다. 게다가 메나쳄 마주즈 이스라엘 검찰총장이 이날 샤론 총리의 부패 스캔들 수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혀 샤론 총리의 가자지구 철수 및 보안장벽 설치 정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팔레스타인은 즉각 항의했다. 팔레스타인측 협상 대표인 사에브 에레카트는 “샤론 총리는 부시 대통령이 대선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의 침입과 공격을 차단하겠다며 2002년 2월부터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분리하는 장벽을 설치해 왔다.

보안장벽은 전기철조망 도랑 가시철조망 등으로 이뤄져 있고, 일부 구간은 6m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으로 이어져 있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작업의 4분의 1이 완료됐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보안장벽 설치를 통해 요르단강 서안 지역의 15%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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