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說’ 日황태자비 “공무복귀 희망”

  • 입력 2004년 6월 9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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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황실 안팎의 압력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려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일본의 마사코(雅子·41) 황태자비가 ‘공무 복귀’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루히토(德仁·44) 황태자는 이 같은 아내의 심경을 전하면서 국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지내야 하는 황실 생활의 어려움을 은연중 토로했다.

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나루히토 황태자는 지난달 초 “마사코의 커리어(능력)와 인격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 황실 업무를 관장하는 궁내청 장관에게 문건을 보내 발언 진의를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모든 이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마사코 본인이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 공무에 복귀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나 자신도 전력을 다해 뒷받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이제부터 마사코는 자신의 경력을 충분히 살리면서 시대에 맞는 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황태자비의 ‘왕실 외교’를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5개 국어에 능통한 마사코 황태자비는 결혼 후 ‘조신한 처신’을 요구하는 황실 분위기에 압도된 데다 아들을 낳지 못한 데 따른 후계문제 부담 등으로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루히토 황태자는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 부부가 직면한 상황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개개인을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며 “모두가 우리의 현실을 알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여론은 천황의 대를 이을 황태자가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데 대한 비판론과 황태자 부부의 고민에 공감하는 동정론으로 양분돼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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