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이라크 포로학대 새 사진 공개여부 두고 딜레마

  • 입력 2004년 5월 14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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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 및 비디오 공개 여부를 놓고 미국 정부와 의회가 딜레마에 빠졌다.

일단 공식 방침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 상하원 의원들이 12일 시사회를 가진 결과 ‘경악할 만한’ 장면이 너무 많아 국내 및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라크 국민과 아랍권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를 비공개로 막을 수만은 없다. 오히려 관련 자료들이 찔끔찔끔 유출되면 포로 학대 파문이 훨씬 오래갈 수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서도 추가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의원들 대다수는 ‘신중한 추가 공개’를 지지하고 있다. 제한적으로만 공개하자는 것이다. 공화당에는 이마저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케이 베일리 허치슨 상원의원(텍사스)과 존 워너 상원군사위원장(버지니아) 등은 “추가 공개는 미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비공개’의 편에 섰다. 수감자들의 존엄성이 존중돼야 하고 전시 포로에 관한 제네바협정에 따르면 포로 학대 사진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개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비난을 살 수도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13일 “미국 지도자들이 오래전에 나타난 학대사건의 증거들을 감춤으로써 국제법과 사법정의, 그리고 자신들이 소중히 여기는 헌법의 테두리에서 스스로 벗어났다”고 질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하여 기업체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내놓은 의견을 소개했다.

기업체 최고경영자 또는 홍보전문가로서 각종 위기상황에 대처해 온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놓은 권고는 대부분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쪽이다. 비공개는 사건을 키울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며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의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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