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암살 이후]이스라엘-하마스 “전면전 불사”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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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저항운동단체 하마스는 23일 피살된 지도자 아메드 야신의 후계자로 강경파 압델 아지즈 알 란티시(57)를 선출했다.

란티시는 선출 직후 산하 무장조직인 에제딘 알 카삼 여단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들에게 점령의 대가를 가르쳐주라”고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지시했다. 그러나 그는 24일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내에서만 활동하며 이스라엘 점령에 저항할 뿐 미국을 목표로 한 어떠한 공격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10세에서 12세 사이로 보이는 팔레스타인 10대 소년이 허리에 자살폭탄 벨트를 두르고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가다 이스라엘군에 붙잡히기도 했다. 폭탄은 터지지 않았으나 야신 피살 이후의 현지 분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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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시작되나=이스라엘군도 이날 새벽 탱크 25대를 동원하여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진입해 자동화기로 공격을 퍼부었다. 전날 사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모든 하마스 지도자가 공격의 대상”이라며 “하마스와 테러단체들을 격멸할 때까지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레바논 시아파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의 언론담당 책임자인 하산 에제디네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계속 암살하면 가차 없이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칼레드 마샬 하마스 지도자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암살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불안해진 미국=이슬람 단체들은 미국이 야신의 살해 배후라며 미국 본토와 미국인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밝혔다. 알 카에다의 산하조직으로 알려진 아부 하프스 알 마스리 여단은 24일 “야신은 미국의 돈과 미국의 무기, 그리고 미국의 정치적 선전에 의해 살해됐다”며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적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23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야신을 암살한 것은 테러에 대한 자위권 행사”라고 말해 하마스와 이슬람단체의 분노를 샀다.

미국 뉴욕 이스라엘영사관 앞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수백명의 시위대가 “샤론 총리와 부시 대통령은 전범”이라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슬람 저항 단체들의 보복 공격을 우려해 전 세계 공관에 안전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아랍에미리트 주재 미국 대사관 및 영사관은 24일 ‘구체적인’ 테러정보를 입수함에 따라 공관의 업무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란티시 누구인가▼

아메드 야신의 뒤를 이어 하마스 지도자로 선출된 압델 아지즈 알 란티시는 1947년 텔아비브 남쪽 자파 외곽의 작은 마을 예브나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고향이 건국된 이스라엘 영토로 편입되면서 가자지구 난민촌으로 쫓겨났다. 18세 때 이집트로 건너가 카이로의 아인 샴스대에서 소아과의사 수련을 받았다.

저항운동에 가담한 것은 76년. 가자지구로 돌아와 이슬람대 과학부 교수와 국립병원 소아과 과장으로 있을 때 이슬람 급진운동단체 ‘이슬람 형제단’에 가입했다.

87년 하마스 창설 때 참여하면서 하마스의 대변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90년 팔레스타인 1차 인티파다(무장봉기)를 주도한 혐의로 이스라엘에 체포돼 옥고를 치른 뒤 92년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IJ) 조직원 416명과 함께 남부 레바논으로 추방됐다.

93년 오슬로협정 체결 후 가자지구로 돌아온 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과 공모해 하마스 요원들을 살해했다고 비방한 혐의로 자치정부에 수차례 체포되기도 했다. 99년 감옥에서 풀려났으며 하마스를 이끌던 살라 셰하드와 이브리아임 마카드마가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되면서 하마스의 2인자로 부상했다.

수많은 이스라엘 공격을 지휘한 그는 지난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헬기의 표적살해 공격을 받고 심하게 다쳤으나 목숨을 건졌다.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대(對)이스라엘전 잠정 휴전을 이끌어내려는 이집트와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의 중재를 거부하는 강경파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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