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주간지 '전세계 동시다발' 경고…“인플레가 쳐들어온다”

  • 입력 2004년 2월 8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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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온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발행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최신호(2월 10일자) 표지 제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추세여서 인플레이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주요 선진국들의 총액한도대출금리(중앙은행이 시중금융 기관에 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 일본의 총액한도대출금리는 90년대 초 6%대에서 최근 0.1%까지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권 국가의 총액한도대출금리는 각각 1.0%, 2.0% 정도다.

반면 재정지출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 미국은 이라크전쟁에 따른 군사비와 테러 방지용 방위비 지출을 늘리다 보니 2003년 3742억달러였던 재정적자가 올해는 477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협정으로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억제하도록 정해놓았지만 지난해 독일과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3%를 넘어선 상태다. 두 국가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섰기 때문. 금리가 낮고 정부의 재정지출이 많으면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원유, 귀금속, 곡물 등 높은 국제 원자재 가격도 인플레이션의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상품전반의 시세를 보여주는 CRB 선물지수는 2002년 초 180 정도였지만 최근 260 선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는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경제가 급성장하고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세계적으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 UBS증권 시라카와 히로미치(白川浩道) 수석연구원은 “1980년대 후반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현재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약한 달러와 강한 엔 때문에 적극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당시 부동산과 주식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던 것처럼 최근 부동산투자신탁에 자금이 몰리면서 일본에서 다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댈러스연방은행의 수석연구원인 존 듀카도 “미국 달러 가치가 무질서하게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최근 경고한 바 있다. :CRB 선물지수: 미국의 상품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곡물, 원유, 귀금속, 오렌지 주스 등 21개 품목의 상품 선물시세를 지수화한 것. 미국 내에서는 ‘인플레이션 지수’로 불리면서 인플레이션 동향을 파악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기준연도인 1967년의 CRB 선물지수는 100.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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