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생색내기 정책 쏟아내…‘독도는 괴로워’

  • 입력 2004년 2월 1일 18시 34분


《독도우표 발행을 계기로 또다시 불거진 독도영유권 문제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회 등 각 기관이 나름대로의 정책을 ‘한건주의’ 식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전혀 사전협의 없이 이뤄지는 바람에 손발이 맞지 않고 혼선만 빚어져 자칫 없느니만 못한 대책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태=행정구역상 독도를 관할하는 경북도는 지난주 갑자기 ‘독도영유권 보전 대책사업’을 발표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측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명칭)를 관할한다는 시마네(島根)현에 비해 독도 대책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급조된 것.

여기에는 3억원을 들여 올 상반기 중 SK텔레콤 KTF등과 함께 울릉∼독도 이동통신망 품질 개선을 위한 통신시설을 독도에 설치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또 독도로 호적을 옮긴 800여명 가운데 신청을 받아 독도관광도 시켜준다는 것.

그러나 정부는 경북도의 이 같은 계획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새로운 외교 분쟁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눈치를 보고 있다. 외교통상부 동북아1과 관계자는 “정부와 사전협의하는 관행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통신시설을 설치하겠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3년 동안 잠자던 독도개발특별법안(대표발의 윤한도·尹漢道 한나라당 의원)도 우표분쟁을 계기로 다시 추진되고 있다. 2000년 6월 마련된 이 법안은 독도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해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하고 국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산섬이라는 독도의 지질구조와 독특한 생태계를 고려할 때 ‘친환경’과 ‘개발’은 상치되는 개념이라는 지적이다.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과 관계자는 “통신시설을 더 설치하고 독도를 개발한다고 해서 독도영유권이 강화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경비대 시설 등 최소한의 시설만 두고 가급적 그대로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독도 경비를 맡은 경찰은 경찰대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경북경찰청 경비교통과 관계자는 “현재 독도의 통신시설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경북도와 통신회사들이 호들갑을 떠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비대원의 부식을 운반하는 경비정이 길게는 한 달 동안 독도에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파도가 심하고 위험한데도 이런 사정을 모르고 독도개발계획을 마구 발표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문제점과 대책=독도 정책들이 이처럼 주먹구구식인 근본 이유는 독도의 중요성에 비해 제대로 된 법 하나 없는 현실 때문.

현재 독도에 대한 공식규정은 1982년 천연기념물 제336호 지정과 1999년 6월 문화재청이 고시한 독도관리지침이 전부다. 이 지침은 ‘국가행정수행목적이나 학술연구, 어민 피항 등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입도(入島)를 제한한다’는 것.

박춘호(朴椿浩·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고려대 석좌교수는 “독도의 경우 우리나라가 가진 영유권에 대한 증거가 일본보다 많지만 그 정책은 치밀하지 못하다”며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식보다는 이를 국제사회에 체계적으로 알리는 데 내부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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