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열든지, 관세 맞든지"…美보호무역 '무차별 횡포'

  • 입력 2004년 1월 13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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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보호무역 정책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가 2002년 4180억달러, 작년 5000억달러(추정)로 엄청나게 큰 데다 대선을 앞두고 철강, 어업, 일부 제조업계의 이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각국은 미국이 유리한 산업에서는 외국에 시장개방 압력을 넣으면서 불리한 산업에 대해서는 외국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미국 내에서도 “보호무역 강화는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득 될 것이 없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국 vs EU=유럽연합(EU)은 12일 “미국이 버드법안(Byrd Amendment)을 철회하지 않는 것과 관련, 13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에 대미(對美)보복을 승인해달라는 문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 발효된 버드법안은 외국 회사의 덤핑으로 피해를 본 미국 철강 및 농산물 업계에 반덤핑 관세수입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주 내용.

지난해 EU 한국 일본 캐나다 등은 WTO에 이 법안을 제소했다. WTO는 미국 패소 판결을 내리고 12월 27일까지 법안을 철회토록 했으나 미국은 시한을 넘겼다. 일본과 캐나다도 이미 대미 보복에 나설 뜻을 밝혔다. WTO 관측통들은 한국 등도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수출업자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는 문제를 놓고도 EU와 대립하고 있다. 올 3월까지 미국이 이를 철폐하지 않으면 EU는 무역 제재를 하겠다는 입장.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4일 EU 한국 일본 등의 압력으로 철강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을 철회했다. 그러나 버드법안 등은 의회 소관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철회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vs 중국=미국은 지난해 중국산 섬유에 대해 쿼터를 부과하고, TV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로 한 데 이어 올해는 중국산 침실가구에 대해서도 반덤핑 혐의 조사에 들어갔다. 중국은 “WTO 규정을 준수하는데도 미국이 반덤핑 관세를 악용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는 1200억달러로 추산된다. 미국은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도 평가절상 압력을 넣고 있다.

중국 베트남 인도 태국 등 미국에 새우를 수출하는 국가들도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 새우양식업자들의 모임인 남부새우동맹(SSA)이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베트남 등을 반덤핑 혐의로 미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하자 이들 국가는 6일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자유무역 질서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새우 수출국들은 법정 공방에 공동 대처키로 했으며 태국은 대미 보복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일경 반덤핑 여부를 결정한다.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미 CNN 방송은 7일 “보호무역이 심화되면 미국 내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업종이 있다”고 보도했다. 할인점 월마트는 중국에서 전체 물량의 10%를 수입하고 있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기면 수익이 줄어든다. 건설과 자동차 업체들도 수입 원자재 값이 올라 비용이 더 들어간다. 또 관세로 최종 소비자 가격이 오르면 미국 소비자는 물건을 비싸게 사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도 지난달 11일 세계문제협의회(WAC) 연설에서 “미국의 무역적자와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국 상품을 봉쇄하는 것보다 새로운 산업분야를 개척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며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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