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쇠고기 마찰 확산]日 “미국 소 안전성부터 확인하자”

입력 2003-12-29 19:07수정 2009-09-28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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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광우병 파동’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방위 작전’에 돌입했다. 28일 문제의 광우병 감염 소가 캐나다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29일에는 일본 정부에 대해 몇가지 조건을 달아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의 ‘압력’은 30일이면 바로 한국으로 향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의 치열한 공방=미 농무부 대표단은 29일 일본을 방문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며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이런 요구의 파장을 감안해 ‘전제 조건’으로 미국 정부가 대일(對日) 수출물량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안전성을 보증키로 했다.

미국이 일본에 제시한 조건은 일본도 이미 과거에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라는 ‘약점’과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의 경제적 현실을 최대한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일본도 과거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인 만큼 일본이 쇠고기 시장에서 어느 정도 양보하면 미국도 통상 압력을 다소 줄여주겠다는 ‘당근과 채찍’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대해 일본은 “당분간은 광우병 감염 문제 등 사실 확인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광우병 발생 지역에 일본 대표단을 보내 실태 조사를 벌이겠다”고 맞섰다.

또 현재 일본에서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하는 만큼 미국에 대해서도 같은 조건을 따르도록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미국측 주장은 납득하지 못할 점이 많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결국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금지 해제를 둘러싼 두 나라간 줄다리기 향배는 내년 1월 초순경 일본 정부 조사단의 현지 실사(實査)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측 전략은=30일 미 농무부 대표단과 면담을 갖는 농림부는 일본과 한국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청정국(淸淨國)’인 만큼 일본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

다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국제적 관례에 의존하는 전술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농림부는 우선 미국측에 문제의 젖소가 캐나다산이라는 국제 검증 절차를 받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가 공동으로 유전자검사를 해서 캐나다산이라는 결론이 나더라도 국제수역(獸疫)사무국(OIE)이나 유럽연합(EU)의 최종 확진을 받아야 하기 때문.

여기에다 일단 수입이 중단되면 개별 사안에 대해 ‘제로 베이스’에서 8단계 수입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것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조만간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할 수 있는 근거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OIE로부터 ‘구제역(口蹄疫) 청정국’으로 인정받았던 한국이 일본 등과 아직까지도 재수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창섭(金昌燮)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문제의 광우병 젖소가 캐나다산이라고 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당장 재개되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과 오랜 기간 쇠고기 교역을 한 만큼 8단계 수입절차를 다소 간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왜 해외 쇠고기 시장에 집착할까=통상 전문가들은 매년 쇠고기를 83만t가량 수출하는 미국 축산업자들의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축산 관련 단체들은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을 여러 명 동원할 수 있을 정도로 정치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의 집권 여당인 공화당의 전통적인 ‘표밭’인 네브래스카주나 워싱턴주 등은 축산업계의 아성이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축산단체들이 기부한 선거자금 470만달러 가운데 79%가 공화당에 제공됐다. 또 내년 대선을 위해 축산단체들이 지금까지 제공한 선거자금 110만달러 중 84%가 공화당으로 들어간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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