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지진 왜 피해 컸나

  • 입력 2003년 12월 28일 1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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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지진의 인명 피해가 최대 수만명에 이를 만큼 컸던 것은 왜일까.

성탄절 사흘 전인 22일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에도 리히터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란 지진의 진도 6.3에 비해 강도가 더 컸지만 피해는 2층짜리 건물 한 채가 무너져 3명이 숨졌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이란의 건축 방식 차이가 한쪽에 엄청난 비극을 안겨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 분석했다.

영국 센트럴잉글랜드대 모흐센 아부토라비 건축학 교수는 "이란의 건물들이 워낙 개념 없이 마구잡이로 지어져 심지어 지진이 없었더라도 무너졌을 정도"라고 말했다. 건축 재료와 건축 방식이 지진에 대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상적으로 살기에도 부적합하다는 것.

이는 사회적 부산물이기도 하다. 최근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공업화는 인구 집중현상을 가져와 땅 값은 오르고 주택은 턱없이 부족해졌다. 건축업자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주택 수요에 맞춰 가능한 싼 재료를 사용했다. 쉽게 부서지는 흙벽돌과 진흙이 이번 지진 피해지역인 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재료다.

또 지진 다발 지역에서는 1층 건물에 지붕을 가볍게 지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집 지을 곳이 부족한 이란인들은 2, 3층으로 건물을 올렸고, 양철 지붕 대신 흙을 덧발라 지붕을 무겁게 하는 실수를 범했다.

가디언은 "이란 정부는 인구 집중에 따른 주택 부족 현상을 해결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부적합한 건축 방식을 알고도 거의 규제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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