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한동대교수 "힘으로 해결 못하는 시대 온다"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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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을 침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패배의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북한이 남한을 볼모로 잡겠다는 ‘비대칭전(asymmetric warfare)’의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제체제에서 강자의 특권이었던 전쟁의 수행이 앞으로는 약자의 전술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국제정치학·사진)가 ‘비대칭전’이란 개념으로 이라크전쟁 이후 세계와 한반도 정세를 분석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계간지 ‘아세아연구’ 최신호에 실린 논문 ‘이라크전쟁 이후 미국은 우리에게, 또 세계에 무엇인가’에서 밝힌 내용이다.

‘비대칭전’이란 미국의 군사이론가들이 9·11사태 등 기존 정규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최근의 전쟁을 분석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용어. 국가 대 국가, 정규군 대 정규군에 의한 기존 전쟁과 달리 전쟁 행위자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전선이나 선전포고도 없으며 군인과 민간인, 군사시설과 비군사시설의 구분도 없다.

김 교수는 “비대칭전에서 미국은 가장 큰 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비대칭전에서는 게릴라나 테러리스트 용병, 사병 같은 행위자들의 역할과 힘이 배가되는 반면 전통적인 대규모 군대나 무기는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무력이 돼 가고 있기 때문이란 것. 따라서 9·11사태처럼 약자가 강자에게 엄청난 타격을 가하는 사건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본다.

김 교수는 북-미간 전쟁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북한이 남한을 인질로 잡고 있는 비대칭전의 성격 때문에 미국이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미국의 이라크전쟁과 세계질서’란 논문에서 위르겐 하버마스가 제기한 ‘모든 사람의 인권이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세계주의적 질서’를 인정하면서 “인권이 마구잡이로 추구될 때는 싸움의 전면화와 위선(僞善)의 구실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인권은 도덕적 차원이 아니라 법률적 차원에서 정의돼야 한다는 것. 이는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시작하면서 후세인 정권의 부도덕성과 인권탄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국제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절차를 따르지 않았음에 주목한 지적이다.

김 교수는 “한 사회나 국가의 내부를 넘어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정당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조짐”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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