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총회 개막]美 유네스코 복귀 노림수 있나

  • 입력 2003년 9월 30일 19시 23분


코멘트
제32차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총회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됐다.

10월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는 유네스코에서 탈퇴했던 미국이 19년 만에 복귀하는 첫 총회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총회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부시 여사는 29일 이라크 문제로 여전히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만난 뒤 총회에서 연설했다.

▽미국 복귀의 숨은 뜻은?=부시 여사와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등 각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파리본부에서 개막한 이번 총회의 주요의제는 문화유산과 다양성 보호, 인터넷상의 다(多)언어 촉진, 인간 유전자정보 관리, 이라크 약탈 문화재 회수 등이다.

하지만 이번 총회의 최대 화두는 미국의 복귀. 미국은 냉전 시절인 1984년 유네스코의 반미 성향과 방만한 재정운영 등을 비난하며 탈퇴했다가 지난해 이라크전쟁에 대한 유엔 협력을 요청하며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는 29일 “미국의 복귀는 유네스코가 추진 중인 문화다양성 협약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할리우드 영화 등 문화상품 최대 수출국인 미국은 업계 로비 때문에 협약 제정을 방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미국의 저의를 의심했다.

한국 수석대표인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30일 기조연설에서 문화다양성 협약의 제정을 지지했다. 윤 부총리는 한국이 이미 제안한 ‘유네스코 직지(심경) 세계기록유산상’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손등 키스는 프랑스식 환대’=부시 여사는 ‘유엔 문맹퇴치 운동을 위한 유네스코 명예대사’ 자격으로 총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은 시라크 대통령과의 만남에 집중됐다.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정원에서 로라 여사를 맞은 시라크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로라 여사의 손등에 키스했다. 정상 내외간의 첫 인사는 가벼운 포옹이나 뺨을 맞대는 게 상례. “손등 키스의 외교적 의미가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로라 여사는 “프랑스식 환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받아넘겼다.

엘리제궁 대변인은 시라크 대통령과 부시 여사가 교육 문화 건강 등 비정치적 주제로 3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동석한 하워드 리치 주 프랑스 미국대사가 이라크 문제를 잠깐 언급했으나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와 미국의 불화는) 과거의 일”이라며 재빨리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고 한다. 부시 여사도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