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獨테너 페터 슈라이어 예술의 전당서 17일 공연

  • 입력 2003년 9월 30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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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회음악과 예술가곡의 탁월한 해석가로 불리는 테너 페터 슈라이어. -사진제공 마스트미디어
독일 교회음악과 예술가곡의 탁월한 해석가로 불리는 테너 페터 슈라이어. -사진제공 마스트미디어
독일어로 ‘슈라이어(Schreier)’는 ‘소리 지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살아 있는 리릭 테너의 거장’으로 불리는 페터 슈라이어(68)의 이름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온다. 지적이며 온화한 그의 노래는 ‘소리 지르는 사람’의 느낌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93, 95년 내한해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 나그네’와 슈만 연가곡 ‘시인의 사랑’ 전곡을 들려주었던 슈라이어가 서울 무대를 찾아온다. ‘겨울 나그네’의 가슴시린 서정을 10년 만에 다시 전해줄 예정. 17일 오후 7시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구동독 드레스덴 출신의 슈라이어는 영국 데카 등 서구 음반사에서 음반을 내놓아 70년대부터 한국 팬들과도 친숙하다. 바흐 헨델의 교회음악부터 슈베르트 슈만의 가곡까지를 주 레퍼토리로 하는 그의 목소리는 잘 연마된 금속공예품을 연상하게 한다.

딕션(가사 발음)과 음정이 더없이 정밀하고, 잡티 하나 섞이지 않은 순수한 공명은 청중을 숨죽이게 만든다.

때로 지적인 면모가 앞서 ‘절절함’이 덜하다는 불평도 듣지만 아픔마저 지성으로 걸러내는 시인의 면모를 상상하면 그의 노래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시인 김정환은 “절망을 이기는 고전음악의 힘을 느끼게 한다. 그는 내게 다시 음악을 듣게 해주었다”고 고백한다.

슈라이어는 1967년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명테너 프리츠 분덜리히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그 대신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타미노 역을 맡았던 것. 그 뒤에도 그는 분덜리히와 종종 비교된다.

음성에 깃든 고고한 향훈(香薰)과 지성미는 공통되지만 분덜리히에 비해 슈라이어의 목소리는 매끈하며 날렵한 느낌을 준다.

1979년부터 그는 지휘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고희를 바라보는 지금 슈라이어는 “지휘라는 장수운동으로 건강을 지키고 있으니 아직 한창 노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경의 심원함이 가미됐을 그의 절창을 기대한다. 피아노 카밀로 라디케. 3만∼9만원. 1544-1555, 1588-7890, 02-541-6234. www.mastmedia.co.kr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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