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근著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 아시아 최고의 책' 선정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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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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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사회학자인 하와이대 구해근 교수(62·사진)가 2001년 코넬대에서 펴낸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원제 ‘Korean Workers:The Culture and Politics of Class Formation’)이 최근 미국 사회학회(American Sociology Association)로부터 ‘아시아 부문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1905년 설립된 미국 사회학회는 회원 1만3000여명의 학술단체. ‘아시아 부문 최고의 책’은 매 2년간 출간된 아시아 관련 사회학 책 중 선정되며, 한국관련 연구서가 꼽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 응한 구 교수는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며 단기간에 강하고 전투적인 집단으로 성장한 한국의 노동자계급에 대해서는 서구 학계에서도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구 교수의 저작이 주목받은 것은 노동계급이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 갔는가를 분석했기 때문.

1960년대부터 1997년 총파업까지를 고찰한 구 교수는 “계급은 경제적으로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라 공통의 생활경험이나 전통가치체계를 지닌 인간집단이 빚어내는 ‘역사적 현상’”이라고 정의한 영국 역사학자 E P 톰슨의 이론을 따랐다. 한국 노동자들의 삶을 취재하기 위해 80년대 말부터 10여년간 매년 여름 한국을 방문해 울산 현대노동자 아파트 단지, 인천 부평지역의 공장지대 등에서 노동자들을 만나고 자료를 수집했다.

구 교수에 따르면, 서구와 비교할 때 한국의 노동계급 형성에서는 △정책이 노동자들의 저항 형태를 규정할 만큼 국가역할이 압도적이었다 △육체노동자를 경시하는 전통 때문에 노동자, 특히 여성노동자들이 경제적 어려움 못지않게 사회문화적 억압을 심하게 느꼈다 △한꺼번에 수천명의 지식인이 노동현장으로 뛰어들어 민주화투쟁과 노동운동을 결합했다는 점 등이 중요한 차이로 꼽힌다.

구 교수는 최근 한국 노동계급의 행보에 대해 “이제는 대규모 산업체 노조 중심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전체 근로대중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조심스럽게 제언했다.

“대규모 산업체 노조 중심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비정규직, 실업자, 화이트칼라, 산업예비군 등의 ‘공익’을 생각해야 하고 중산층과도 긴장감 있는 연대를 모색해야 합니다. 노동계급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악영향을 막는 대안세력이 되려면….”

한국어판은 2002년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왔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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