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계기 논란가열]美軍증원 '뜨거운 감자'

  • 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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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미군 내부에서 해외 주둔군을 포함해 미군 병력 전체를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9월 1일자)가 보도했다. 미군의 병력증원 문제는 동맹의 지원 없이 미국 단독의 군사력만으로 세계의 분쟁을 제어하겠다는 전략과도 맞물리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증원 논란과 배경=타임지에 따르면 병력 증원의 필요성은 피터 슈메이커 육군참모총장이 지난달 말 한 청문회에서 “군 병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며 처음으로 공론화한 이후 군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군 내부에서 이러한 주장이 제기된 것은 35년 만에 처음”이라고 타임이 표현했듯 이 주장 자체가 미국에서 화젯거리다. 9·11테러 이전까지 미군 병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군 병력(예비군 포함)은 베트남전쟁이 있던 1968년 350만명을 최고점으로 계속 줄어 현재는 140만명가량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내세운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군대 양성’ 구호처럼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인력 보강보다는 막강한 첨단무기 배치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전쟁 상황은 기존 군 병력 운용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미 국방부는 5월까지만 해도 이라크 주둔군을 9월엔 3만명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 14만명은 치안부재로 급증한 범죄와 현지 게릴라들의 공격에 대응하느라 병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라크 승전 이후 미군과 영국군은 하루 평균 15∼20차례의 게릴라 공격을 받고 있다.

뉴스위크는 비교적 평화 유지가 잘 되고 있는 코소보 수준이 되려면 이라크 주둔군이 52만6000명은 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테러전’ 수행으로 이미 세계 120개국에 36만8000명이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증파 여력이 거의 없다. 게다가 전투병만 주로 양성해 정작 평화유지에 필요한 헌병이나 대민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군인 등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결국 증원만이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개혁인가 증원인가=“현재 군 병력은 적정수준”이라는 것이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미국의 해외 주둔군을 포함해 전체 군 병력을 운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타임은 전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최근 일선 군 지휘관들에게 효율적 군대 운용을 위한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이 내놓고 있는 일련의 개혁안은 이미 고된 근무환경을 호소하고 있는 군인들의 군 이탈을 부추겨 병력 부족 현상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 때 국방부 고위급 인사였던 로렌스 코브는 “테러리즘, 불량국가, 대량살상무기가 복합된 문제를 미국이 무력을 통해 단독으로 해결하려는 외교정책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다른 국가와 협력해 국제적인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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