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 정부 전복 임박…무장반군 영토 대부분 장악

  • 동아일보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07분



아프리카 서부 라이베리아의 내전이 격화되면서 9일(현지시간)부터 수도 몬로비아에서 전면적인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지 주재 외국인들은 헬기로 탈출에 나섰고 찰스 테일러 대통령(사진)은 반군의 포위와 국제사회의 사임 압력으로 하야 위기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라이베리아는 1990년대 초부터 내전이 끊이지 않던 나라로 지금까지 총 20만명가량이 내전으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테일러 대통령 역시 무장 반군을 이끌던 군벌 지도자 출신으로 1997년 당선됐다.


반군은 4년 전부터 테일러 대통령에 대항해 봉기한 뒤 현재 영토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몬로비아를 포위하고 있다. 반군 단체인 ‘화해와 민주주의를 위한 라이베리아 연합(LURD)’ 소속 병력은 라이베리아 북부와 서부지역을, 또 다른 반군 단체인 ‘라이베리아 민주운동(MODEL)’은 남부와 동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 대통령은 인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내전과 관련이 있다. 10년 넘게 내전을 벌이고 있는 시에라리온의 ‘혁명연합전선(RUF)’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고 대신 다이아몬드 이권을 챙겼으며, 2000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기니 내전의 반군 배후로도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비교적 조용한 나라였던 코트디부아르에서도 내전이 일어났다. 역시 테일러 대통령이 2개의 반군 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반군 병사의 상당수는 라이베리아 국적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에라리온 내전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라이베리아는 유엔의 경제 제재를 받았으며 테일러 대통령은 최근 유엔 전범재판소에 의해 전범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한편 몬로비아에서 교전이 벌어지자 프랑스군은 9일 유럽연합(EU) 공관에 헬기 부대 병력 30여명을 투입,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120여명을 대피시키는 등 38개국 외교관과 현지 직원 538명을 비상 대피시켰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몬로비아=외신 종합 연합

▼라이베리아는…▼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라이베리아는 1847년 미국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설립한 국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이다. 인구 약 330만명의 작은 나라지만 아프리카 중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여러 유혈분쟁과 관련되면서 ‘내전의 어머니’라는 오명을 얻었다. 200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GDP는 각각 33억5000만달러와 1100달러. 1945년 유엔에 가입했고 한국과는 1964년 수교했다.
1990년대 초부터 끊이지 않는 내전으로 총 20만명가량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1997년 당선된 찰스 테일러 대통령은 인접국 시에라리온 내전을 지원한 것과 관련, 최근 전범으로 기소되면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에 이어 지난 10년간 재임 중 기소된 두 번째 대통령이 됐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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