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쟁놓고 여론 '산산조각'

  • 입력 2003년 3월 7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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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의 마누라가 되느니 차라리 해군의 미망인이 되겠다.”

“원유 1갤런당 생명이 몇 명이나 희생되어야 하나.”

미국 전역의 수십개 도시에서 1개월 이상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찬반시위에 등장한 구호들이다. 전쟁은 미 국민 사이에서 먼저 시작된 듯하다.

미국에서 누구든 대화의 소재로 삼았다가는 싸움으로 끝나고 마는 주제(정치와 종교)에 이라크 전쟁이 추가됐다고 USA투데이가 6일 보도했다.

신문은 베트남 전쟁이래 처음으로 성, 종교, 인종, 세대, 교육, 도시와 시골 사이의 분열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면서 규모 면에서는 6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의 반전 운동을 연상시키지만 미국사회의 새로운 분열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전의 대중적 반전 운동은 미군이 본격적으로 참전한 지 2년이나 지난 1967년 말에서야 불이 붙었다. 또 91년 걸프전 당시에는 논쟁이 있다가도 전쟁이 임박할수록 ‘우리는 하나’라는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03년의 반전과 전쟁 찬성 여론은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시작돼 날이 갈수록 간극이 심화되고 있다.

역사학자와 정치학자들은 미 국민의 여론 분열 양상이 명확치 않은 전쟁 명분, 어두운 경제 전망과 같은 직접적인 원인 외에도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원인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유엔에 분담금을 내는 것에도 반대할 정도로 고립주의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던 미국인들이 세계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새로운 세계주의로 급격히 변신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내 반전 운동은 유럽 등 해외에서 벌어지는 반전 여론을 따르고 있다.

또 미국 땅도 어떤 식으로든 공격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슬람계를 자극할 수 있는 전쟁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가지게 됐다.

거기에 2000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공화로 분열됐던 여론도 이번에 영향을 미쳤다. 반전 시위에 나선 군중들은 부시 행정부의 합법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90년대 급속도로 늘어난 케이블방송 뉴스의 토론 방송 등도 듣는 사람은 없고 자기 말만 쏟아내고 있어 논쟁 확대에 원인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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