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막기위한 고문은 필요악”…美일각 ‘제한적 허용론’

  • 입력 2003년 1월 12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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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이 곧 터진다. 폭탄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단 한 명. 수천명을 구하기 위해 그를 고문해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옳은가.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1일자)에서 9·11테러 이후 테러를 막는다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고문은 수단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가 미국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시한폭탄론’의 주창자는 미국 변호사 앨런 더쇼위츠. 그는 “다른 방법이 없는 다급한 상황이라면 생명을 해치지 않는 정도의 고문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현직 수사요원 10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미국의 많은 당국자들이 고문은 불법이지만 때로는 정당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보안기관은 정보를 캐내기 위해 용의자들에게 구타, 잠 안 재우기, 부상자에게 진통제 안 주기 등 가혹 행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요르단 등 고문으로 악명 높은 나라에 용의자를 보내 대리 고문을 시키기도 한다. 미국은 이를 공식 부인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다른 국가의 고문 행위를 비난하는 등 어떠한 경우에도 고문은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고문의 제한적 허용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극단적인 경우로만 제한한다고 해도 일단 고문을 합법화하면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87년 심리적인 심문이 실패했을 경우 ‘육체적인 압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고문을 허용한 이후 팔레스타인 테러용의자들에게 고문이 남용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비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고문이 단기적인 효과가 있더라도 테러를 막는 근본적인 방법은 될 수 없다”면서 “미국이 고문을 합법화한다면 도덕성이 손상돼 반인륜적인 테러 집단과 맞서 싸운다는 명분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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