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체니부통령-온건파 파월국무 ‘12년 갈등’ 재연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7시 59분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 강경파인 딕 체니 부통령과 유일한 온건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오랜 갈등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앞두고 새삼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4일 “(이들의 이견이) ‘매파 대 비둘기파’의 것이든, 혹은 ‘일방주의자 대 다자주의자’의 것이든 해소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며 “행정부 내의 분열이 이라크뿐만 아니라 북한 및 팔레스타인 문제, 미사일방어와 같은 군사현안 등 미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체니 부통령과 파월 장관의 견해차는 두 사람이 각각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이었던 걸프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파월은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를 밀어내는 데 신중론을 펴면서 그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방어 준비를 하자는 입장이었다. 반면 체니는 이 같은 신중론을 참지 못하고 파월에게 보다 창의적인 이라크 공격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파월은 또 91년 걸프전이 끝날 무렵 이라크 정복과 점령이 중동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해 바그다드 진입에 반대했다. 그러나 많은 보수파들은 당시 바그다드로 진격하지 않은 것을 걸프전에서의 미국의 결정적 실책으로 보고 있다.

타임스는 체니 부통령은 부시 행정부 내에 우군이 많지만 파월 장관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전했다. 체니 부통령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도 이들 강경파에 보다 기울어 있다는 것.

이에 비해 파월 장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원군은 이라크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전쟁을 막기 위한 외교 노력을 강조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이다. 유엔 외교관들도 파월 장관이 경쟁자에 맞서 행정부 내에서 입지가 강화될 수 있도록 최근 이라크 결의안 통과를 위해 노력했다.

파월 장관의 한 동료는 “파월은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을 국무장관으로서 자신의 역할이자 임무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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