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발언의 배경과 속뜻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5시 09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대북(對北) 성명에서 "미국은 앞으로 북한과 '달라진 미래'(different future)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히 북한의 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 시인이후 미국내 강경파들이 보였던 파상적인 대북 성토 분위기와도 다르다는 점에서 미국이 뭔가 새로운 대북 접근방식을 추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과거처럼 적대관계나 대립관계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북-미 관계정상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미간의 관계개선에 따라 북한판 경제개혁을 뒷받침하는 '미래'를 보장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물론 성명의 다른 부분에서 강조했듯이 '달라진 미래'의 전제조건은 여전히 확고하다.

북한이 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prompt and visible)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기대했을법한 우라늄 핵개발 계획 포기에 따른 보상을 제시한 것은 분명히 아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폐기한 이후에 보상과 타협의 개념이 포함된 '협상'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핵, 미사일, 재래식 군비, 북한주민 인권, 인도주의 문제 등을 해결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미국측 기존 입장의 반복으로도 보이지만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중유지원 중단 결정(14일) 직후에 이같은 성명을 발표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인해 '과감한 조치'(bold approach)의 무용론(無用論)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직접 이를 유효하다고 재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태도변화의 이면에는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라크 사찰 문제 등의 복잡성도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유공급 중단 결정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맞불'을 놓지 말고, 긍정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촉구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북한 핵개발 시인 이후 쏟아지던 강경한 미국의 입장이 다소나마 누그러진 것만은 틀림없다는 점에서 정부내에서는 북한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기회가 아니냐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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