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誌 분석]“美-獨, 일본식 장기침체 징후”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7시 59분


일본 징후 체크리스트
 일본미국독일
자산 가격 거품OOOOO
기업의 과잉투자OOOOX
디플레이션 위험OOOO
민간 부채 급증 OOOOOO
취약한 금융시스템OOXO
노동시장 등의 심각한 구조적 경직성OOXO
정치 사회적 무능OOXO
인구 감소 및 노령화OOXOO

세계 경제의 3대 축인 미국 일본 독일의 경제가 내년 동반 침체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이 10년간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을 뒤따르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잇따르는 어두운 전망〓ABN암로, JP모건 등 17개 경제분석기관들은 9일 내년 미국과 독일의 경제 성장률을 지난달보다 각각 0.1%, 0.3% 하향 조정돼 2.7%, 1.3%로 전망했다

미국 150개 기업의 최고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조사 결과 응답 기업 중 60%가 내년에 감원할 계획이며 80% 이상이 투자를 보류 또는 삭감하겠다고 답했다.

미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던 자동차산업도 지난달 하락세로 돌아서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10월 판매대수가 전년 10월 대비 각각 32%, 34%, 31% 줄었다.

독일의 경제연구소 ZEW가 매달 발표하는 경기 실사지수도 이달 4.2를 기록, 지난달 23.4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는 9·11 테러 직후인 지난해 10월보다도 낮은 수치. 그렇지 않아도 독일의 올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에 불과했으며 독일 정부는 지난달 올해 성장률 전망을 당초 0.75%에서 0.5%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 정부도 1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상 겸 금융상은 12일 관계 각료회의에 제출한 월례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 속도가 다시 완만해졌다”고 밝혔다.

▽일본병 징후〓일본은 이제 ‘장기 침체의 대명사’.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11일자)에서 “미국과 독일 모두 10년 전의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고 3국을 비교 평가했다.

경기침체에 앞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끓어올랐던 것은 3국의 공통점. 가계와 기업 부채가 급증한 것도 비슷하다. 일본은 90년대 초반에 민간 부채(금융기업 제외)가 GDP의 250%나 됐다. 현재 미국과 독일도 각각 150%와 160%선에 육박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부채와 디플레이션의 결합. 빚이 많을 때 물가가 떨어지면 갚아야 할 돈의 실질적인 부담이 커져 ‘소비감소→기업수익 감소→은행 부실채권 증가→고용악화’의 악순환을 부르기 때문이다.

디플레 위험은 미국보다 독일이 더 크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 독일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4%.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유럽연합의 규제조항 때문에 경기부양책을 쓸 수 없어 디플레 위험이 크다.

경직된 시장 구조도 일본과 비슷하다. 독일도 계열사간 상호 출자가 얽혀 있어 비효율적인 사업부문을 줄이기 어렵고 인력 감축에 대한 저항도 크다.

독일의 노동가능인구가 앞으로 10년간 매년 0.2%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일본을 닮았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면 연기금 재정 부담이 커지고 경기 회복을 방해한다.

그러나 기업의 과잉투자 측면에서는 미국이 독일보다 일본을 더 닮았다. 미래 수익을 지나치게 낙관하며 싼 자본 조달 비용을 백분 활용해 돈을 끌어 써왔기 때문이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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