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중일 FTA 아직 일러”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03분


중국이 4일 한국과 일본에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일본은 즉각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4일 “중장기 관점에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상황을 봐가며 검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무역장벽 철폐에 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봐가며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말로 ‘조기 실현 불가’라는 뜻이 담겨 있다.

유보적인 한국의 태도와는 달리 일본이 이처럼 즉각 ‘시기상조론’을 제기한 배경에는 ‘FTA 아시아 전략’ 측면에서 중국에 다시 선수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동아시아국가 가운데 이 분야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여 온 것은 싱가포르와 FTA협정을 체결한 일본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전체 국가에 FTA를 제안한 뒤 이번에 큰 골격에 합의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ASEAN과 미국, 일본과의 거리를 떼어놓으려는 중국은 일본이 ASEAN 각국과 FTA를 체결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치겠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중국의 발빠른 행보에 대해 일본은 현 단계에서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이다. 중국의 경제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측은 또 지난해 표고버섯 등 중국 농산물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자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가 중국과 큰 분쟁으로까지 번졌던 일에서 알 수 있듯 중국에 대한 피해의식도 크다.

일본과 중국은 ‘FTA 아시아 전략’의 한 축인 한중일 삼국간 FTA를 놓고도 이런 배경 아래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