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솔제니친은 인종차별자" 러시아 후배작가 직격탄

  • 입력 2002년 7월 9일 19시 22분


솔제니친 / 보이노비치
솔제니친 / 보이노비치
“솔제니친은 없다.”

러시아 문학계에서 성역이나 다름없는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84)의 권위가 도전받고 있다. 비판의 선봉에 선 이는 후배 작가이자 60년대 반체제 운동의 동지였던 블라디미르 보이노비치(70).

그는 최근 펴낸 ‘신화적 배경의 초상(肖像)’이라는 저서에서 “솔제니친은 인종차별과 전체주의를 신봉하는 ‘열린 사회의 적’”이라며 “그의 위대함과 천재성, 예언력, 도덕성에 대한 기존의 평가는 모두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쐈다.

그는 “솔제니친이 그저 뛰어난 작가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훼했다.

솔제니친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이 같은 비판은 “솔제니친이 예전같지 않다”는 러시아 지식인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62년)와 ‘수용소 군도’(73년)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성을 파괴하는 소련체제의 폭력성을 폭로하고 인권과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솔제니친은 최근 배타적인 슬라브주의와 사형제를 옹호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러시아 지식인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라는 것.

게다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언론탄압 등 권위적인 통치에 대해서도 지지의사를 나타내자 과거 반체제 진영의 동지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

솔제니친은 7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나 74년 소련에서 추방돼 미국에서 살다가 94년에야 귀국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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