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포츠誌 SI 왈기자 “날 한국계 미국인으로 불러주오”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31분


2002 한일 월드컵은 한국과 한국인에 반한 수많은 외국인 팬들을 낳았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잡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그랜트 왈 기자는 심지어 이렇게 말한다. “이제 나를 명예 한국계 미국인으로 불러달라.”

그는 월드컵 취재차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하게 된 사연을 24일 CNN 웹사이트에 올렸다. 제목은 ‘한국에 띄우는 러브레터’(A love letter to Korea). 다음은 요약.

한국에 머무른 지 32일째지만 축구경기장에서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한국이 주는 놀라움은 끝이 없다.

☞ A love letter to Korea 원문과 그 요약보기

한번은 횡단보도에서 비를 맞고 서 있는데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우산을 씌워줬다. 지난 주에 한 동료 여기자는 피곤에 지쳐 지하철 안에서 잠시 잠을 청하고 있을 때 옆에 앉은 한국 여성에게 안마를 받은 경험담을 들려줬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미국팀이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경기하게 된 데 대해 솔직히 실망했다. 나는 항상 아르헨티나 친구들에게 ‘1978년에 너희 나라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얘기하곤 했다. 그해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했을 때 거리는 기쁨으로 넘쳤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4년전 프랑스가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 프랑스 전역에 흘러넘쳤던 축제 분위기는 아예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동료와 함께 이태원의 술집에서 한국-이탈리아전을 지켜봤다. 술집은 만원이었다. 안정환이 연장전에서 헤딩으로 골든골을 넣자 ‘대∼한민국’은 폭발했다. 거리는 사람들로 메워졌고, 불꽃놀이가 벌어졌다. 이는 4년전 200만명이 모인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의 분위기를 능가했다.

한국의 어떤 점을 사랑하느냐고? 삼키자마자 이마에 땀이 송송 날 정도로 매운 김치를 사랑한다(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맛이 좋다).

한국팀의 경기 스타일을 사랑한다. 그들은 투지가 넘치고 기술이 뛰어나며 강인하다. 심판이 봐줬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홈그라운드 이점’이라는 말이 있는 거다. 한국은 4강전에 진출할 만했다. 그러니 유럽인들은 그만 징징대라.

한국팀이 승리했을 때 울음을 터뜨리는 축구 해설자들을 사랑한다. 이들은 경기를 오락으로 승화시켰다. 떠들썩하지만 사랑스럽다.

광장을 가득 채운 한국인들이 경기가 끝난 뒤 쓰레기를 치우는 그 마음을 사랑한다.

‘붉은 악마’와 ‘필승 코리아’ 티셔츠를 사랑한다.

안정환이 미국전에서 골을 넣은 뒤 한국 선수들이 한 ‘오노 세리머니’를 사랑한다.

박지성을 사랑한다. 박지성이 포르투갈전에서 터뜨린 ‘경악할 만한’ 결승골은 미국에 16강 진출을 선사했다. 미국은 ‘축구 명예의 전당’에 박지성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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