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화 어디까지 왔나]뉴질랜드 초중고 교육현장 르포

  • 입력 2002년 6월 3일 17시 25분


《“오늘은 컴퓨터로 편지를 작성하는 법을 배워봅시다.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해 문단을 예쁘게 꾸미고 어려운 단어는 인터넷에서 사전을 찾아보세요.” 뉴질랜드 오클랜드시의 글렌필드 칼리지 9학년 영어작문 시간.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학생 20여명이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교사는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편지를 쓸 때 사용되는 관용어구 등 작문과 관련한 사항은 물론, 컴퓨터 사용법 등도 세심하게 설명했다.》

영어 교사 레베카 멀로니씨(28)는 “영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과목이 일주일에 한 두번은 30대 가량의 컴퓨터가 비치돼 있는 전산실에서 수업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바로 옆 교실에서는 12학년(고3) 학생들의 사회과목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학생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세금을 징수하는 체계와 세율 등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있었다.

앨런 웨이퍼군(17)이 사용하던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옆 방에서 대기하던 전산실 전담 직원이 달려와 웨이퍼군에게 문제 해결방법을 가르쳐줬다.

이처럼 뉴질랜드의 학교 교육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 종이로 된 교과서 뿐만 아니라 컴퓨터도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교과서로자리잡아 가고 있다.

▽ICT 반영한 교육과정〓뉴질랜드 교육부는 1998년 제1단계 교육정보화 계획에 착수하면서 교육 과정을 ICT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개편된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ICT를 활용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 저장, 처리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영어 외국어 수학 과학 기술 사회 체육 등 7가지의 핵심 학습영역을 촉진시키는 데 역점을 뒀다. 예를 들어 영어교육 프로그램은 컴퓨터를 통해 워드프로세서, 자동철자교정 프로그램, 전자사전 등과 같은 도구의 활용 능력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

외국어의 경우 인터넷과 CD롬을 활용해 해당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에 대한 정보와 발음법 등을 찾아보도록 한다. 인터넷을 이용해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의사교환을 하며 학습 능률을 높일 수도 있다.

▽활발한 정부 지원〓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교수학습과 학사행정에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반 구축 및 시범사례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인터넷에 ‘온라인 교육자료센터(www.tki.org.nz)’를 구축하고 뉴질랜드 내의 각 학교와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각종 교수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자료센터는 국내외의 교육 관련 사이트에 연결돼 학생 교사가 학습에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다른 학교들과 필요한 정보를 수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올해부터 2004년까지 추진되는 제2단계 교육정보화 계획의 목표는 뉴질랜드의 모든 학생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지식과 이해를 넓히고 글로벌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

글렌필드 칼리지의 멜 쿠퍼 교장은 “ICT활용 교육을 통해 교육을 받으면 졸업 뒤에도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며 “이제는 학교 교실을 벗어나 전 세계를 학습의 장으로 활용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교사 훈련〓학생들이 ICT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들이 ICT를 수업에 적극 이용해야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이를 배우고 따라오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교육부는 교사의 ICT 활용 능력을 키우기 위해 1998년부터 교사 훈련 목표와 실행 계획을 수립한 학교에 대해 예산 지원 등 각종 뒷받침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교장들의 ICT실행 능력을 높이기 위해 노트북을 한대씩 지급하고 워크숍도 자주 열어 ICT 활용에 대한 실행 계획안을 세우도록 장려하고 있다.

뉴질랜드 교육부 존 베일리 학교지원담당관은 “학교는 실정에 맞게 교사 훈련 프로그램을 자율 선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사사건건 간섭하지 않고 첨단 교육기법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이문영(李文寧) 교육정보화추진단장은 “뉴질랜드가 전체적인 정보화 인프라는 한국보다 뒤지지만 이를 교육에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www.edunet.net 전국교육정보 공유체제▼

전남 여수시 J초등학교에 근무하는 K교사는 최근 강원 원주시의 한 교사로부터 반가운 e메일 한통을 받았다.

K교사가 개발한 4학년 과학교육용 멀티미디어 교육자료를 수업에 요긴하게 쓰겠다는 감사의 편지였다. K교사는 그날 아침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개발한 자료를 ‘전국교육정보공유체제’에 등록했던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지난달 22일 전국교육정보공유체제를 마련함에 따라 일선 교육현장에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교육정보공유체제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에듀넷과 전국 시도교육청, 각급학교, 교육관련 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교육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통합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고 하지만 막상 인터넷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러나 교육정보공유체제를 이용하면 교사 학생 학부모들은 인터넷에서 헤매지 않고 이전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교육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각종 교육정보를 공유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교육 콘텐츠의 중복 개발에 따른 교육정보 생산 및 유통 비용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교육정보공유체제에 탑재된 정보량은 13만건이지만 교사들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조만간 수백만건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용자들은 원하는 교육 정보가 있을 경우 에듀넷(www.edunet.net) 또는 16개 시도교육청홈페이지의 에듀넷에 접속해 회원으로 무료 가입한 뒤 ‘전국교육정보종합서비스’ 아이콘을 누르면 전국의 모든 학교와 교육청이 올린 교육자료 중에서 필요한 것을 찾으면 된다. 검색어를 치거나 초중고 학년별, 교과목별로 클릭해 검색하면 된다.

또 교사들이 개발한 교육 자료를 학교의 홈페이지에 등록만 해 놓으면 전국의 어느 곳에서라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밖에 교육용 콘텐츠의 국가 표준을 만들어 통일된 양식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돼 정보와 정보 사이의 벽이 없어지게 됐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는 “앞으로 전문가 및 사용자 그룹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인 보완과 검증 작업을 거쳐 교육 정보의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 활용수업 교사69%-학생 90% 긍정적▼

교육정보화로 인한 교실의 변화에 대해 학생들이 교사보다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www.keris.or.kr)이 최근 전국 158개 초중고교의 교사 892명, 학생 1631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수업을 원한다’는 항목에 교사들은 69%만이 ‘그렇다’고 답한 반면 학생들은 90.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 학생의 69.7%가 컴퓨터 등을 활용한 ICT교육이 도입되면서 학교 교육이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육정보화로 인한 변화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교사들보다 더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은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불건전한 정보가 많이 나돌아 다닌다’는 항목에 96.6%가 ‘그렇다’고 우려를 표명했지만 학생들은 55.3%에 불과했다.

그러나 교사의 82.6%가 컴퓨터와 인터넷이 학교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해 교사들도 교육정보화의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교사들은 정보통신 활용 교육의 확산으로 인한 교육현장의 변화에 대해 다소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교사의 82.1%가 정보통신 관련 기기를 관리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58.5%는 컴퓨터 도입으로 교사와 학생간의 사고 격차가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교사의 59.9%는 현재 한국의 교육이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해 학생들을 제대로 준비시키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 걸맞는 교육과정 방향으로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지향하는 교육과정(57%) △지식전달 교육에서 인격 도야의 교육으로 변화(36.8%) 등을 꼽았다.

한편 교사의 88%는 “학교 정보화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