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극우풍’ 에 이민자 떤다

  • 입력 2002년 4월 25일 18시 11분


유럽의회 “르펜 연설 듣기싫다”
유럽의회 “르펜 연설 듣기싫다”

프랑스 대선 예비선거에서 극우파 장마리 르펜 후보가 부상함에 따라 유럽 내 ‘반(反)이민 정서’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르펜 후보의 예상 밖 선전에 대해 “빠르게 늘고 있는 프랑스 내 범죄가 이민자들 탓이라는 교묘한 논리로 프랑스 국민의 반이민 정서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민자 문제를 들고 나와 성공한 정치인은 많다.

네덜란드에선 반이민정책을 내세운 핌 포르토인이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15%의 지지를 얻고 있다. 구 소련 이민자들의 유입이 이슈가 됐던 2년 전 오스트리아에서는 외국인 혐오주의자 외르크 하이더가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벨기에 덴마크 이탈리아의 극우파 지도자들 역시 반이민정책으로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다.

데이비드 블렁킷 영국 내무장관은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줄 때 영어시험과 충성서약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최근 마련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망명 희망자들의 자녀는 공립학교가 아닌 별도 기관에서 교육하도록 돼 있다. 영국으로의 망명자는 △97년 3만3000명 △98년 4만6000명 △99년 7만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유럽 전체로 보면 실제 이민자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의 99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이민자는 모두 431만명. 지난 25년간 큰 변동 없이 일정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독일의 경우도 이민자들은 △98년 80만명 △99년 87만명 △2000년 84만명으로 큰 변화가 없다.

일부 노동자들은 이민자들이 자기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생각하지만 통계상으로 프랑스 전체 실업률은 8.8%인 데 비해 아프리카인과 터키인의 실업률은 25%다.

이민자 범죄가 프랑스 내 범죄율 상승을 부추겼다는 극우주의자들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이민자 범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뿐더러 통계학적으로 전체 범죄 가운데 10의 9는 같은 민족끼리 일어난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4일 프랑스 범죄학자 자비에르 로페르의 말을 인용해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워싱턴 이민연구센터 마크 크리코리언 국장의 말을 인용해 “이민자 대다수는 무슬림으로 역사적으로 유럽민족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며 “‘이민자 천국’ 미국과 달리 부족중심 성향이 짙은 유럽의 문화적 특색도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이민 정서는 통계적 사실에 근거한 진지한 대응이라기보다는 자국민 스스로가 느끼는 막연한 공포심의 집단적 발로라는 것이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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