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부시 세계관’ 소개

  • 입력 2002년 2월 19일 01시 32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세상에는 악의 무리가 존재하며, 미국은 힘을 보전해 이 무리와 대결해야 한다는 흑백 논리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7일 분석했다.

이 신문은 ‘부시의 세계관(The Way Bush Sees the World)’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세계관은 지난해 3월 그가 심취한 로버트 캐플런의 저서 ‘동쪽으로 타타르까지(Eastward to Tartary)’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문제의 책은 카스피해 송유관을 둘러싼 분쟁,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의 전쟁, 그루지야의 혼란 등을 다루면서 “세상은 어두운 곳이며 역사상 위대한 국가들은 어두운 전망과 맞서 싸웠다”고 기술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캐플런씨를 백악관에 불러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대니얼 프라이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유럽담당국장,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 등과 함께 토론을 벌일 정도로 이 책에 감화됐다.

캐플런씨는 “부시 대통령은 세상은 수많은 악인들이 존재하는 사악한 곳이며 미국의 가장 큰 도덕적 사명은 미국의 힘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세계관은 9·11 테러와 테러와의 전쟁 등을 수행하면서 공고해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세계관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도 다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기는 했지만 대결보다는 외교적 해결을 선호했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의 확대가 결국 안정을 가져오고 자유주의적 가치를 널리 확산시킬 거라는 밝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

반면 부시 대통령은 외교적인 방법과 국제법 준수 등이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빠른 군사적 대응과 이 과정에서 국제법을 크게 고려치 않았던 데서 극명히 드러났다.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최근 9·11 테러와 거의 관련이 없는 이란과 북한을 ‘악의 축’에 넣음으로써 적의 범위를 훨씬 넓혀 놓았다면서 부시 행정부는 또 다른 전장(戰場)을 찾는 이외에는 탈출구가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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