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3國순방 회견 일문일답 "한반도 銃口겨누며 평화 불가능"

  • 입력 2002년 2월 16일 18시 27분


美대사관 경계
美대사관 경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일본 한국 중국 순방을 앞두고 16일(한국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들 3개국 언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인터뷰는 신문과 방송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신문

▼한반도 정책▼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대단히 존경한다. 북한과 대화하려는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김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나 북한이 통일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나 역시 한반도에 통일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우려하는가에 관해 김 대통령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길 원하는 국가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중지해야 한다.

군사분계선의 한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감옥에 갇히고, 언론의 자유도 없다. 그러나 그 반대편 사람들은 훌륭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그 속에서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 자유 때문이다.”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해 왔지만 한국에서는 ‘악의 축’ 발언이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포함하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악의 축’ 발언은 북한과의 대화에서 대결로 정책을 전환한 것을 의미하나.

“한국민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자유의 강력한 신봉자이며 테러와의 전쟁을 진심을 다해 수행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투명성이 떨어지는 국가, 특히 국민을 가두고 굶주리게 하면서 군사력 증강만을 꾀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나라들에 대해 나는 명확하고 도덕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내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는 아무 조건을 달지 않고 대화를 제안해 왔지만 지금까지 성사되지 않았다.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를 하겠다면 북한이 (휴전선에 배치된) 재래식 군비를 뒤로 물리는 것(move back)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한국에 많은 군사를 배치하고 있고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이 무기로 서울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정책을 중단한다면 미국이나 국제사회로부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고 이에 대한 투명한 검증이 이루어진다면 무역 상업 교류 등에서 모든 혜택을 제공해 북한이 국제사회에 진입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만이 아니라 서울을 겨냥해 엄청난 화력을 갖고 있는 정권이다. 나는 한반도 평화를 지지한다. 장전된 무기가 누군가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평화가 불가능하다. 대량살상무기만이 아니라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면 인도적 목적에 사용할 돈을 군사비로 전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나는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의미 있고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또 김 대통령이 시작한 이산가족 상봉도 이뤄지길 바란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왜 받아들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북한이 보다 투명해지고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중단할 때까지 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일본경제 및 미일협력▼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일본의협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친구로서 (반테러)연합의 일원이 되어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자위함의 파견이나 아프가니스탄 재건작업 지원 등 약속한 것은 모두 다 했다. 고이즈미 총리와 일본 국민에게 감사한다.”

-일본경제가 계속 악화된다면 미국과 아시아의 전략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는 일본경제를 우려하고 있다. 강력한 개혁과 구조조정, 은행의 부실채권 처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본경제의 회복은 세계경제만이 아니라 인도적 원조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미국 내 제조업체들이나 일부 아시아 국가는 엔저를 우려하고 있다.“통화의 가치는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 미국정부는 강한 달러를 유지하기 위해 재정 통화 규제정책면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갈 것이다.”-일본은 디플레이션 대책이 필요하다. 엔저는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정부가 올바른 재정 통화정책을 취하면 시장은 올바른 해답으로 보답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경제의 구조개혁과 부실채권 문제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금융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13일 새로운 지구온난화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미 교토의정서에 참가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교토의정서가 자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나라들은 그것을 비준하면 된다. 의정서는 우리나라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고이즈미 총리가 이미 의정서 비준을 결정한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상관없다. 우리는 이 문제를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연구할 생각이다.”

▼미중관계▼

-이번 방중에 대한 기대는….

“중국은 위대한 국가이며 떠오르는 힘이다. 일본이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중국과도 솔직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도자와의 대화를 반복할수록 중국도 미국의 뜻을 더욱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무역문제도 논의하고 싶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미국산 대두나 쇠고기 등 농산물이 중국시장에 들어갈 것으로 확신한다.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도 공통 관심사를 협의하고 싶다. 미중관계의 장래에 대한 견해도 듣고 싶다.”-대만 문제에는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진지한 태도와 열린 대화를 통해 ‘하나의 중국’이라는 미국 입장을 설명할 것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말해온 것처럼 대만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미중 양국은 통상분야에서 어떻게 상호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가.

“나는 중국의 WTO 가입을 지지해왔다. 우리는 협정서의 정신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반복하지만 대두 문제 등은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종교자유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문제는 다시 거론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여러 종교계 인사들이 중국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방송

-‘악의 축’ 발언의 진의는….

“나도 한국의 평화를 원한다. 우리도 남북간 대화를 제안했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하지만 나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한국민들은 자유가 있고 북한 주민들은 자유가 부인되고 굶주리며 희망이 없다. 나는 자유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가 있는 나라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방한 때 한미 양국의 공조를 포함해 어떤 주제를 논의할 것인가.

“공조는 안보에 중요하다. 이번 방한을 통해 김 대통령과 내각에 우리의 공조 의지를 분명히 밝히겠다. 미군 주둔으로 안보를 제공하고 남한 국민도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한국 장군들과도 충분히 대화하겠다. 이것은 북한과의 관계 증진에도 중요하다. 최근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아 유감이다.”

-북-미 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이 거부했기 때문에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유를 잘 모르겠다. 대화를 하게 되면 강조하고 싶은 것은 휴전선에서 한국을 겨냥하고 있는 무기를 뒤로 빼라는 것이다. 즉 미국이나 한국을 향하고 있는 대포나 미사일 등 군사적 부담을 제거하라는 것이다. 그 대신 북한 주민들의 복지에 신경쓰라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 굶어죽고 있다. 21세기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한다. 김 대통령의 제안과 우리의 제안을 거절해서 슬프다.”

-햇볕정책과 미국의 엄격한 상호주의 정책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보는가.

“물론 병립할 수 있다. 햇볕정책의 핵심은 가족들이 만나는 것이다. 평화는 보통사람들이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는 이를 지원한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생활이 어떤가를 만남을 통해 알게 되고, 교육 건강 복지 자유 좋은음식 등 이런 것들을 알게 된다면 느낄 것이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햇볕정책이 시행되면 북한 사회가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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