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응징전]칸다하르는 '서부활극시대'

  • 입력 2001년 12월 9일 18시 41분


탈레반 병사들이 칸다하르에서 빠져나간 직후 시내 곳곳에서 약탈이 자행되고 있으며 종족지도자간에 칸다하르 장악권을 놓고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8일 보도했다. 영국의 BBC방송도 반 탈레반 진영간 권력투쟁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탈레반 항복 전 이미 칸다하르에 진입한 굴 아그하 전 칸다하르 주지사측이 탈레반의 항복을 감독하고 있는 물라 나키불라 사령관의 병력과 전투를 벌인 뒤 칸다하르를 장악했다고 주장했음을 전했다. 아그하는 탈레반과의 투항 협상과정에서 배제되고 칸다하르 주지사를 나키불라로 내정한데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그하측은 특히 칸다하르 현지 사령관들이 나키불라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나키불라측에 칸다하르를 포기하든지 전투를 벌이든지 양자택일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부족장들의 회의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과도정부의 수반인 하미드 카르자이는 시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목격자들은 시내에서 총격이 있었고 시내 도로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됐다고 말했다. 일부 보도는 탈레반 진영의 아랍계 지원병 200여명이 반 탈레반군과 공항에서 대치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아프간 이슬람통신(AIP)과 칸다하르를 빠져나온 피란민들은 현재 어떤 파벌도 칸다하르 통제권을 완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미국도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카르자이 수반은 양측이 협상을 통해 이 지역을 통치하게 될 공동협의회를 구성토록 유도하기 위해 9일 칸다하르를 방문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칸다하르의 상황은 서부개척시대를 보여주는 쇼와 같다”며 “2주전 탈레반 포로폭동이 발생했던 북부도시 마자르이샤리프보다 칸다하르에서 경계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