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공개’ 진상]日 ‘의도된 법석’에 1급비밀 누출

  • 입력 2001년 11월 23일 22시 25분


22일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우리 군의 ‘군사 1급 비밀’이다. 하지만 이 같은 중요 정보가 일본의 ‘의도된 호들갑’ 때문에 국내외에 노출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일본의 간계?〓국방부는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이미 이달 초 미사일 발사시각 및 발사장소 목표지점 등을 미국을 통해 일본 등 세계 각국에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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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발사는 사정 300km 미사일개발 일환
- 국방과학연구소는 어떤 곳?

국방부는 미사일 시험발사 정보를 미국 콜로라도주 북미방공사령부(NORAD)에 통보했고 일본도 미국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일본을 포함한 세계 항공사는 항공운항이 금지되는 시간과 공역을 나타내는 ‘항공근무자 주지사항(NOTAM)’을 통보 받았다.

일본 정부는 발사각도 등 기초적인 자료를 받아 미사일의 예상 낙하지점을 ‘제주도 남쪽 300㎞ 지점’으로 계산해 냈지만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듯하다. 그러나 어떤 경위에서인지 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은 일본 언론에 흘러들어 갔고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군 훈련 중 오발사고가 났다’는 등의 각종 설이 유포됐다.

일본 방위청도 공식 발표 전 ‘제주도 남쪽 300㎞ 지점’에 낙하했다는 추정치를 담은 보도자료 초안을 우리 국방부에 보내왔다. 그러나 시험발사된 미사일의 사거리가 10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보도자료를 수정해 발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군 당국도 이를 해명하는 차원에서 극비사항을 대외에 공개하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우리 국방부가 일본측의 고도로 계산된 노림수에 말려들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일본이 그동안 군사대국화의 길을 걸어오면서 그 빌미를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서 찾았던 점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우리 군의 미사일 개발을 견제하기 위해 언론을 통해 각종 억측을 부풀리는 식으로 교묘한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영식·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사정거리 300㎞ 기술 이미 확보▼

▽미사일 개발 어디까지〓미사일 개발은 대부분의 국가가 비밀에 부치고 있다. 특히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나라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22일 시험발사한 미사일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사거리 100㎞의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사실 이외엔 일체 함구하고 있다.

우리 군은 이미 사거리 180㎞의 ‘현무’ 지대지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시절인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도입된 지대공미사일 나이키 허큘리스를 지대지미사일로 개량하는 ‘백곰’ 사업을 추진한 결과다. 당시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계획이 발표되자 박 전 대통령이 은밀히 미사일과 핵 개발을 추진한 것.

그러나 미사일 개발의 요체인 관성항법장치 등을 자체 개발하기 어려워 영국과 은밀히 계약을 체결했고 79년에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계속되는 미국의 압력으로 흐지부지됐다가 91년에야 사거리를 180㎞ 이하로 제한하는 한미간 미사일 각서를 조건으로 미국의 지원을 받아 ‘현무’가 탄생할 수 있었다.

미사일 각서는 이후 ‘미사일 주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고 우여곡절을 거쳐 올해 초에야 한미간 미사일 지침을 체결하면서 사거리 300㎞ 미사일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사거리 180㎞ 미사일로는 겨우 평양에 닿는 정도이지만 사거리 300㎞ 미사일은 평북 신의주지역까지도 공격이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우리도 개발에 착수한다면 단기간에 사거리 300㎞짜리 미사일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北, 對南 비난공세 호기 삼을듯▼

▽북한은 계산 중?〓북한과 중국은 우리 군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23일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6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의 비상경계태세를 문제삼았던 점에 비춰 북측은 이번 소동을 남한 군사당국에 대한 비난의 ‘호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측 김영성 수석대표는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의 비상경계태세를 거론하며 98년 인천 공군기지에서 발생한 나이키 미사일 오발사건까지 끌어들여 트집을 잡을 정도였다. 게다가 북한은 22일 “남한군이 105㎜ 곡사포를 군사분계선에 끌어들였다”는 허위 주장을 펴기도 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중인 중국은 남측 미사일 문제를 거론할 경우 국제적으로 미사일 규제 논의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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