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대 소장품 母國 기증 재일교포 김용두씨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39분


“식민지 시대라는 불행한 역사가 있었지만 …문화는 우리가 훨씬 앞섰잖아요. 일본보다 못하게 비치는 분위기를 참을 수 없었어요.”

수십억원대의 희귀 소장품을 세 차례에 걸쳐 국립진주박물관에 기증한 재일교포 사업가 두암 김용두(斗庵 金龍斗·79)옹은 자신이 일본에서 거액의 사재를 털어 우리 문화재 수집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약간은 어눌한 우리말에다 가끔씩 일본어를 섞어 썼지만 그 말 속에는 ‘조국애’가 또렷이 배어 있었다.

김옹은 19일 오후 자신이 기증한 문화재를 따로 전시하기 위해 진주박물관 내에 건립한 ‘두암관(斗庵館)’ 개관식에 참석한 뒤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김옹은 97년 김득신(金得臣)의 작품 ‘추계유금도(秋谿遊禽圖)’ 등 114점을 기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청자상감국화문편호(靑磁象嵌菊花文篇壺)’ 등 57점을 기증했다. 이번에는 두암관 개관을 기념해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등 8점을 내놨다.

이 소상팔경도는 조선시대 소상팔경도 중 단연 돋보이는 걸작으로 김옹이 70년대 후반에 5억엔을 주고 구입했으며 지금은 80억원은 족히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소장품 1000여점 중 애지중지하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집에 두고 혼자 보는 것보다 고국의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공부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옹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8세 때. 먼저 일본으로 건너간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가 눌러앉았다. 철공소 등을 경영하며 갖은 고생을 한 그는 현재 덴리(天理)개발회장을 맡고 있다.

부인 박상순(朴相順·72)씨, 큰아들 대석(大石·51)씨와 함께 내한한 김옹은 20일 고향인 사천시 사천읍 장전리 선산을 둘러본 뒤 21일 일본으로 갈 예정이다.

<진주〓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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