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톱10'진입, 여성활용에 달렸다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6시 39분


한국이 '세계 톱10'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졸이상 고학력 여성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적인 다국적 컨설팅사인 매킨지는 최근 발간한 '한국의 여성인력 활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이 주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고학력 여성 인력이 지금보다 더 큰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매킨지는 한국이 201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0위권내에 들기 위해서는 연평균 6.1%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며 이같은 고성장을 유지하려면 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매킨지는 이어 현재 대졸이상 남성은 대부분 일자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남성 인력만으로는 이 정도의 일자리를 채울 수 없다며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대졸이상 여성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사장되고 있는 고학력 여성 인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보면 한국은 98년 현재 25세이상 64세이하의 대졸이상 고학력 여성 100명 가운데 일자리를 갖고 있는 여성은 54명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평균 83명에도 크게 못미치는 것은 물론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적다.

반면 대졸이상 남성은 93명으로 미국(94명) 스웨덴(93명) 멕시코(96명) 등 OECD 회원국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은 93명.

교육열이 높은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고학력 여성이 많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고생의 전문대이상 취학률은 한국이 52%로 터키(15%) 독일(44%) 네덜란드(46%)보다 높고 영국(56%)이나 프랑스(57%)에 육박하는 수준.

매킨지는 한국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원인으로 △기업의 차별적인 고용정책 △사회적인 편견 △여성 노동권에 대한 법제 미비 등을 들었다.

매킨지는 특히 국가별로 여성 인력의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30∼34세 여성의 참가율이 가장 낮은 M자형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여성들의 육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해결책은 없나= 매킨지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으로 직장 여성이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탁아시설을 늘리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한국은 6세이하 어린이가 200만명에 이르는데 현재의 탁아시설은 64만명 밖에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

따라서 정부는 육아비 지원을 확대해 민간 탁아시설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한편 인허가제를 도입, 탁아시설의 질을 높여 여성 근로자들이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됐다.

정부는 또 기업들이 출산휴가 또는 육아휴직 관련 법령를 철저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매킨지는 밝혔다.

매킨지는 "수십억달러가 소요되는 어려운 일이지만 한국 정부는 지금 움직여야 한다"며 "현재 육아 인프라가 잘 돼 있는 선진국들도 수십년전 지금의 한국보다 1인당 GDP가 낮을 때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