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출범]"무역장벽 낮아졌다" 해외로 해외로…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38분



뉴라운드가 출범하자 대기업들은 수출 확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해외시장 전략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삼성 LG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은 협상 타결로 미국 등 선진국들의 반덤핑 공세가 주춤해져 수출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강선구 연구위원은 “관건은 후발국들의 저가 공세에 맞설 수 있도록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서는 시장개방 폭이 커질 경우 내수시장 중 상당 부분을 외국업체에 내줘야 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조선 철강 ‘반덤핑 공세 차단’ 환호〓뉴라운드 출범을 가장 환영하는 업종은 조선과 철강. 유럽연합(EU)의 반덤핑 공세에 시달려온 조선업계는 반덤핑 규정의 강화가 확실시되자 “이제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며 반겼다.

조선업계는 “EU의 압력을 의식해 선박 수주금액을 일부러 5∼10% 높이는 방안까지 검토했는데 수세적인 영업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안도했다. 삼성중공업 김부경 부장은 “EU가 한국 업체들을 WTO에 제소할 경우 한국도 맞제소한다는 방침이었는데 소모적인 갈등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으로부터 수입규제의 주요 타깃이 됐던 철강업체들도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철강협회 김성우 국제통상팀장은 “현재의 WTO 반덤핑 협정은 제소 요건이 너무 느슨해 수출국에게 불리하다”며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협정의 개정 문제를 논의키로 한 것은 큰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포항제철은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요건이 까다로워지면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포철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앞으로는 환경분야의 마찰 소지를 없애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채권단의 금융지원을 둘러싼 미국 마이크론사와 일본 반도체 업체들의 제소 위협이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했다.

▽해외시장 확대, 내수시장 상실의 명암〓삼성은 뉴라운드 출범으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시장 특성에 맞춰 제품별 수출전략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LG도 전자부문의 수출 비중이 큰 점을 감안할 때 전반적인 수익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자동차는 배기가스 등 환경관련 기준이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럽과 미국의 환경친화형 자동차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그러나 자동차시장의 개방 확대가 불가피해 내수시장 방어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남미 인도 호주 등의 반덤핑 공세가 줄어들어 이들 지역의 신규시장을 개척하기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공세를 피하려고 사업성이 떨어져도 해외 공장을 짓는 경우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섬유업계는 뉴라운드 출범으로 각 국의 수입쿼터가 철폐되는 데 따른 이해득실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중국 등 후발국들의 저가 공세를 어떻게 뿌리칠지 고민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김인철 실장은 “중저가 제품 위주의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제품의 고급화와 신소재 개발에 주력해야 선진국 시장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신치영·박정훈기자>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