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동맹, 수도 카불 점령… 탈레반 긴급 퇴각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7시 58분


탱크를 앞세운 북부동맹군은 카불에 무혈입성 했다.
탱크를 앞세운 북부동맹군은 카불에 무혈입성 했다.
아프가니스탄 반군 북부동맹이 13일 수도 카불에 입성한 데 이어 동부 요충 잘랄라바드 및 카불 남서부의 바르다크주와 가즈니주까지 장악해 남부로 퇴각한 탈레반 측을 개전 이래 최고도로 압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부동맹군이 탈레반의 마지막 근거지인 칸다하르마저 장악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을 제외한 북-서-동부지역 모두가 사실상 북부동맹의 수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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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이에 앞서 12일 밤 남부 군사요충지 칸다하르로 급히 퇴각했다.

이란 관영 IRNA통신은 이날 카불의 남서부 2개주와 잘랄라바드를 위시한 인근 3개주를 북부동맹 측이 잇달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타지키스탄 두샨베에 주재하는 북부동맹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부동맹군이 여세를 몰아 13일 칸다하르마저 장악했으며 탈레반 정권의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는 파키스탄으로 도주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탈레반 측은 칸다하르 장악설을 공식 부인했다.

또 아프간 이슬람통신(AIP)은 오마르가 무선통신을 통해 탈레반 병사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전열을 재정비해 저항과 전투를 계속하라”고 지시하면서 자신의 파키스탄 도피설을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9일 서북부 요충지 마자르이샤리프가 함락된 데 이어 이날 서부 거점인 헤라트와 카불, 그리고 동부지역까지 북부동맹에 의해 함락됨으로써 아프가니스탄의 입지는 크게 축소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탈레반은 남동부에서 전열을 재정비해 본격적인 지상전 채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동맹군 선발대 50∼60명은 이날 새벽(현지시간) 기관총과 로켓으로 무장한 채 별다른 저항 없이 카불에 사실상 ‘무혈 입성’했다.

선발대는 즉각 탈레반군 병영을 접수한 데 이어 정부청사 등 주요 건물을 장악하고 탈레반 잔당 체포를 위해 가택수색에 들어갔다. 북부동맹 측은 또 이날 오후 1000여명의 경찰과 군인, 경비대원들을 투입해 치안 확보에 나섰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북부동맹은 카불 단독 진입에 반대하고 있는 미국을 의식한 듯 주력군을 카불시에 들여보내지 않고 북쪽으로 6㎞ 떨어진 지점에 주둔시켰다.

한편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북부에서 반군의 활약에 힘입어 잇따라 승리를 쟁취했다”고 치하하고 “이제 전선은 남쪽으로 이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지즈 아메드 칸 파키스탄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의 입장은 어느 한 주체가 단독으로 카불을 점령해서는 안 되며 카불은 비무장지대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북부동맹에 의한 카불 함락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하종대기자·외신종합연합>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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