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앞의 카불”…북부동맹, 市 입구까지 진격 태세

  • 입력 2001년 11월 12일 18시 42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시를 공략하기 위한 북부동맹의 대공세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선 미국의 군사적 전략과 정치적 계산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카불함락 이후’는 단순히 한 도시의 점령 및 통치방안에 국한되지 않고 ‘포스트 탈레반’ 정부를 어떻게 구성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에 대한 초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상전 시나리오=미국의 카불 지상전 시나리오는 크게 2단계로 나누어진다. 먼저 미국 등 다국적 지상군을 아프가니스탄 내에 확실히 배치해 카불을 에워싼 다음 북부동맹군과 연합하되 다국적군의 주도 하에 카불을 함락시킨다는 전략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지리에 밝은 북부동맹군을 앞세워 탈레반군을 격파해 나가겠다는 기존의 전략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미국이 북부동맹의 카불 단독공략을 반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전략 변화는 무엇보다도 카불시 점령 이후 구성될 새 정부의 구성방식 때문.

미국은 새 정부가 △아프간 내의 부족 간 갈등을 정리하고 △아프간 주변 국가의 이해관계와 역학관계를 반영하며 △미국과 다국적군의 전쟁 목적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북부동맹이 단독으로 카불을 점령할 경우 소수민족 동맹인 북부동맹이 주도권을 행사하려 할 가능성이 많아 미국의 ‘아프간 그랜드 플랜’과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뒤 베를린시처럼 카불시의 중립화방안을 거론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북부동맹 대공세 채비=북부동맹은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카불을 단독으로 공략할 대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북부동맹의 아프잘 아만 장군은 12일 오전(현지시간) AFP통신과의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한 시간 이내에 카불에 대한 공세를 개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카불시 입구까지만 진격하고 시내로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미국의 경고를 의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부동맹은 이에 앞서 11일 카불시 북부에 5000여명의 병력을 배치하는 등 대공세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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