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외채 40억 달러 경감 추진

  • 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24분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1일 부채구조 재조정과 소비자 지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회생 대책을 발표했으나 국제금융계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다.

▽부채구조 재조정〓이번 경제대책의 골자는 부채와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한 채권 스와프(교환) 거래. 아르헨티나 정부는 현재 국내외 채권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자율 11% 이상의 채권을 이자율 7%대의 새로운 채권으로 교환해 주는 방식으로 부채구조 재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채권 스와프를 통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내년 최소한 40억달러의 외채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은 1일 기자회견에서 “아르헨티나는 현재 국가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며 “신규채권 발행을 통한 부채구조 재조정에 국내외 채권단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델라루아 대통령은 또 “아르헨티나는 결코 채무 상환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은 채무불이행이나 페소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회생 대책에는 또 신용카드 구매에 대한 부가가치세 5% 삭감, 은행 입출금카드를 통한 구매에 대한 부가세 3% 삭감 등 소비자지출 확대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채권단 반응〓외국채권단이 부채구조 재조정 계획을 수용할지는 극히 불분명한 상태. 도밍고 카발로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신규발행 채권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의 채무보증을 받게 되며 장기적으로 더 큰 ‘혜택’이 보장된다”면서 채권단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카발로 장관은 채권단이 상환용 채권발행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어떤 후속조치를 취할 것인지와 장기적인 ‘혜택’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르헨티나 금융위기가 불거진 7월 이후 채권 스와프거래 구상은 단기 미봉책에 불과하며 사살상의 디폴트 선언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아르헨티나에 대한 97억달러의 긴급 구제금융 계획을 밝힌 IMF도 부채 재조정안에 대해 비관적이다. 톰 도슨 IMF 대변인은 부채 재조정안이 발표된 후 워싱턴에서 “내달 제공 예정인 1차 지원금 13억달러를 앞당길 계획이 없다”면서 “아르헨티나는 국내 경제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안한 시장〓9월 중순부터 연기를 거듭해온 경제회생 대책이 발표된 데 힘입어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의 메르발 지수는 1일 1.89% 상승한 229.02에 마감됐다. 그러나 JP모건이 발표하는 국가위험도에 따른 아르헨티나 공채 가산금리는 전날보다 167포인트가 치솟은 2317 베이시스 포인트를 기록해 나흘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아르헨티나의 장기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낮춘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드(S&P)는 새로운 경제대책 발표 후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채무불이행 수준인 ‘D’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