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트남-소말리아 ‘악몽’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34분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채 한달이 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전쟁의 향배를 베트남전과 소말리아전의 복합적인 실패 사례에 빗대는 시각이 점차 늘고 있다.

▽베트남전처럼 장기 소모전이 불가피하다?〓미국은 60년대초 베트남에 소수의 군사고문단을 보냈다.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은 미군의 대규모 파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은 1973년까지 55만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소모전을 펼쳤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북부동맹을 지원하며 제한적 군사작전을 펼치는 특수부대원들이 베트남전 초기 군사고문단과 비슷하다고 지난달 31일 지적했다. 계속되는 공습에도 전과를 거두지 못해 대규모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해진 것도 베트남전의 수렁에 빠져들 때와 유사하다는 것.

미 정부의 태도도 베트남전 개전 초기와 같다. 당시 미 정부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언론만이 초기의 지지 입장을 바꿔 전쟁의 향방에 점차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미군의 사기를 꺾은 소말리아 전투〓미국은 92년 12월 소말리아 내전 종식을 위해 2만8000명의 병력을 투입했지만 1년도 못돼 철군했다. 게릴라전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민간인 희생자가 불가피하게 발생했다.

미군은 특히 모가디슈에서 반군의 기습을 받고 응사하는 과정에서 여자와 어린이들을 포함한 상당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생겼다. 국제적 비난 여론이 고조되면서 미군의 입지가 좁아졌다.

또 지상군 투입에 따라 필연적으로 미군 희생자가 생기면서 국내에 ‘제2의 베트남전’을 우려한 반전 및 철군 여론이 비등했고 미군의 사기는 급전직하했다. 미국이 코소보전에서 끝내 지상군을 들여보내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공습이 계속되면서 민간인이 희생되는 오폭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본격적인 지상전이 전개될 경우 미군의 희생이 속출할 것이고 이 경우 국내 여론은 하루아침에 등을 돌릴 공산이 크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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