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종말…다시 국경의 시대로" 英파이낸셜 타임스 보도

입력 2001-09-29 17:42수정 2009-09-1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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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뉴욕'열창
미국의 테러 참사로 인해 그동안 막을 수 없는 대세로 보이던 ‘세계화(globalization)’가 종말을 고하게 됐다고 미국 모건 스탠리 투자은행의 수석분석가인 스티븐 로치가 진단했다.

로치씨는 28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에 ‘국경의 시대로 되돌아가다’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통해 “테러사건 이후 세계화는 세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금융비용 상승〓테러 참사 이후 국가 간 거래에 대한 보안이 강화되면서 자유로운 자본이동과 다국적기업 확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규제 강화는 거래비용 상승과 거래시간 증가로 이어지며 수출입 관련 보험료의 급격한 상승을 몰고 온다. 비용이 상승하게 되면 거래 규모는 자연히 줄어들게 되며 그동안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해외 생산에 주력하던 선진국 기업들은 국내 생산으로 다시 눈을 돌리게 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가 전 같지 않을 것이란 점도 새로운 변화다. 세계화의 핵심요소인 해외조달 체제는 그동안 영업효율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테러 참사는 각국 정부가 냉전 종식 이후 줄어가던 국방비를 증액시키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민간부문 투자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정보기술 분야의 과잉 투자로 인해 향후 5년간 하락세가 예상되던 생산성 증가율은 테러 전쟁 비용까지 겹쳐지게 되면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다.

▽국제공조 분열〓테러 참사 이후 미국의 강력한 주도로 동맹국들은 전례 없는 형태로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목표 아래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공조 체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분열에 더 큰 쐐기를 박을 수도 있다. 국가 간 경제수준에 따라 형성된 국제공조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 빈부격차를 더욱 벌려놓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며 개도국들의 소외감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테러 참사로 예정됐던 국제통화기금(IMF) 연례총회가 연기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세계화의 문제점을 논의해 왔던 국제금융기구들이 문제점 해결을 위한 토론의 기회를 잃었다는 것은 국가 간 빈부격차를 더욱 벌려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심리적 공황〓테러 참사는 기업과 개인의 심리상태를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국내로 눈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며 세계가 불안해진 상황에서 국가 간 사업 제휴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것이다. 위험 회피가 중요한 목표로 등장하면서 기업들은 보수적인 경영에 돌입하게 되고 공격적인 해외시장 개척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경영에 보다 중점을 두게 될 것이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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