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애국심 "한물갔나"…40대는 군입대 자원- 신세대는 무관심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42분


애국심은 ‘쉰세대’의 전유물인가.

세계무역센터 테러 참사 발생 이후 미국 전역이 애국심을 고취하는 열기에 휩싸인 가운데서도 막상 군에 자원입대하는 ‘신세대’들이 드문 것으로 밝혀지자 미국 내에서 이 같은 자조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모든 건물과 차량이 성조기의 물결을 이루는 등 표면적 분위기는 고조돼 있다. 각군의 모병소에 군 입대절차를 문의하는 전화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모병 숫자에 변화가 없는 데다 그나마 희망자 대부분이 중년인 것이 현실.

로체스터시에 사는 고교생 제임스 영(18)은 테러 공격 사흘 뒤 해병대에 지원했다. 그는 함께 입대할 것을 주위 친구들에게 권유했지만 조롱만 받았다. 영은 “친구들이 모두 겁쟁이고 원하는 건 학교와 여자와 술 뿐”이라고 말했다.

해병대 신병충원 사무실의 경우는 입대를 원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지원연령(29세)보다 많은 40대 이상의 중년.

육군도 마찬가지. 인터넷 사이트(www.goarmy.com)의 신병충원 대화방을 찾는 사람은 테러 공격 전의 하루 400명에서 700명 이상으로, e메일은 200건에서 500건으로 크게 늘었다. 대화방에는 ‘죽더라도 조국을 돕고 싶다’는 등 애국심에 넘치는 e메일이 넘치지만 역시 상당수가 입대가능 연령(34세 이하)을 넘긴 사람들.

이 같은 분위기는 진주만 사건 직후 며칠 만에 수천명의 청년들이 지원입대했던 2차대전 당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변화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요즘 젊은이들이 대부분 군복무시 주어지는 고등교육 혜택과 전문기술 습득을 염두에 두고 입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이번 전쟁의 상대가 아직은 ‘얼굴 없는 테러리스트’여서 대상이 명확치 않다는 점도 입대열기를 가로막은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스웨스턴대학의 군사전문가 찰스 모스코스 교수는 “단순히 성조기를 흔드는 것은 애국심이 아니다”라며 1972년 징병제 폐지 후 군입대자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사회와 군이 점차 유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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